봄 같지 않은 봄…트럼프가 보낸 비둘기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9.03.29 16:42
글자크기

[내일의 전략]'R의 공포' 뒤덮힌 시장, 금리 동결 그 이상을 바란다

봄 같지 않은 봄…트럼프가 보낸 비둘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이 말은 최근 한국 증시에 딱 들어 맞는다. 단기 급등 부담으로 얼어붙던 투자심리가 정책 유연성, 반도체 회복 등으로 녹는가 싶었는데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코스피 2200선 탈환 기대감은 한바탕 봄 꿈에 불과했다.

미국의 장단기(10년물·3개월물)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는 소식에 한국 증시는 속수무책 무너졌다. 지난 25일 코스피는 42.09포인트(1.92%), 코스닥은 16.76포인트(2.25%) 추락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9일 미중 무역협상 돌파구, 한미 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한 호재에도 시장은 오락가락했다. 상승 출발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오전 한 때 하락 전환했다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에 이어 독일과 일본의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역전되는 등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로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을 지명했다. 무어는 지난 2016년 트럼프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의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책까지 발간한 보수 성향의 트럼프파 경제학자다.



경기침체 공포에 사로잡힌 시장이 더욱 더 적극적인 연준의 행동을 기대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비둘기’를 추가로 보낸 셈이다. 실제 무어는 지난해말 연준의 금리인상 조치를 강하게 비판한데 이어 최근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지금 당장 정책금리를 50bp(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9~20일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 2.25∼2.5%에서 동결하는 한편 연내에 금리인상이 없을 것을 시사하는 등 기대 이상 비둘기적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 동결에 만족하지 않고 금리 인하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무어가 최종 임명되면 연준이 슈퍼 비둘기로 변신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연준이 시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데다 무어의 합류로 다소 부족했던 비둘기 수까지 채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다음 FOMC가 5월 1일로 예정돼 있어 정책 변화 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1개월 이상 시간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다음 조치를 기다리는 동안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짜라고 조언한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재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금리 약세 압력이 지속되면서 경기방어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며 "코스피의 업종별 이익 모멘텀을 분석해보면 미디어·에너지·소프트웨어·화장품·의류·필수소비재 등 업종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다음달 10일 클라리다 부의장 연설, 11일 3월 FOMC 의사록 공개 등 이벤트를 주시하되 경기와 동행하지 않는 방어주 중심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