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3조 달러로 올랐어" 미국의 대중 구매 요구액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4.0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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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중 무역협상 '가격표'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3조 달러로 올랐어" 미국의 대중 구매 요구액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 타결을 향해 가는 분위기다. 뮬러 특검팀의 수사 보고서 공개 이후 러시아 스캔들의 족쇄로부터 벗어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가 중국에 가한 압박을 시간순서대로 정리해봤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해 3월 7일이다. 이날 트럼프는 중국에 '10억 달러'(One Billion Dollar)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요구했다는 트윗을 날렸다.



◇1000억 달러에서 시작한 요구 금액
금액이 너무 작아서 의아해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1000억 달러를 잘못 표기한 거였다. 2017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6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1000억 달러를 줄이라는 요구였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가 블러핑(엄포)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트럼프가 중국에 일부러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00억 달러는 트럼프가 요구한 가장 적은 금액이었다.



지난해 5월 무역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2020년까지 무역적자를 2000억 달러 이상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1000억 달러가 2000억 달러로 두 배로 커지는데 두 달 밖에 안 걸렸다.

7월 미국이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무역분쟁이 시작됐고 중국 역시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미중 무역전쟁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듯 했지만, 12월 초 양국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미중 양국은 올해 1월 7일부터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18일, 미국 언론은 중국이 6년동안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함으로써 2024년까지 대미 무역흑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2월 22일 다시 미국 언론은 중국이 구매금액을 1조2000억 달러로 올리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중국이 향후 6년 동안 에너지·농산품·항공기 등 미국 제품을 1조2000억 달러어치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1조2000억 달러의 2~3배?
그런데 1조2000억 달러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트럼프가 중국이 제안한 1조2000억 달러의 구매금액을 2~3배 늘리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중국은 그동안 언급 자체를 꺼려왔던 기술이전 강요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제안을 하는 등 미국측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하는 모양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지난해 3월 처음 제시한 1000억 달러는 새발의 피다. 트럼프식 블러핑은 갈수록 요구조건을 높여가는 '눈덩이 굴리기식' 블러핑이었다.

미국의 요구조건이 갈수록 커진 데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419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3756억 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규모는 1203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395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을 구매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6년 만에 1조20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매년 2000억 달러씩 추가 구매하려면 약 1200억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제품 수입 규모를 150% 넘게 늘려야만 한다.

가격이 비싼 항공기 대량 구매가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겠지만, 얼마 전 발생한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추락사건으로 중국도 항공기 구매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졌다.

사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구매하고 싶은 제품은 반도체와 첨단제품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염려하기 때문에 첨단 제품을 중국에 팔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판매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에서 내건 가장 중요한 구호 중 하나가 무역적자 축소다. 마찬가지로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가 중국을 쉽사리 놔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두 같은 농산물을 중국에 아무리 팔아봤자 대중 수출을 두 배나 늘리기는 어렵고 약 54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제품을 수입한 미국 내 수요를 단기간에 줄이기도 힘들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적자를 어떻게 줄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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