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 스튜어드십 코드 따랐다"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3.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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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주총서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찬성 64, 반대 36으로 부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됐다.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에 대한 임기 3년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놓고 진행된 표 대결에서 조 회장측이 지면서다.

이날 표 대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한항공 (22,000원 ▲100 +0.46%)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원년을 맞아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27일 서울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중 3분의 2 획득에 실패했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 총수(주식 7004만946)의 74.8%가 참석했다. 이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64.1%가 찬성하고 35.9%가 반대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조 회장은 2.5% 남짓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이날 주총 표심에는 전날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 반대에 의결권을 행사키로 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33.34%)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조 회장의 향후 거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이유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지난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이번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원년을 맞아 원칙에 입각해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것 외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선 조 회장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으로서도 부담이 없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고 끝에 어제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키로 방침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면서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본업보다 지분 확대에 열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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