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유지 실패…재벌총수 '첫 사례'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김남이 기자 2019.03.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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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27일 대한항공 주총서 '3분의 2 찬성표' 획득 실패...2대주주 국민연금 반대가 결정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재벌 총수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다.

2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중 3분의 2 획득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는 주식 7004만946주 총 의결 총수 74.8%가 참석했다. 이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에 35.9%의 표가 몰렸다. 참여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서 연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조 회장은 주총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선임돼 20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왔으나 재선임안 부결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92년 처음 사장을 맡은 것까지 고려하면 27년간 지켜온 대한항공의 조종간을 놓게 됐다.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표만 확보하면 통과되는 일반 상장사들의 이사 선임 요건보다 까다롭다. 조 회장은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기 위해서는 발행 주식의 약 50% 찬성이 필요했다.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33.3%를 제외하면 16.7%의 찬성표가 추가로 필요했으나 획득에 실패했다.

조 회장의 재선임 부결은 대한항공의 경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올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굵직한 현안 등이 놓여 있다.


이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는 전일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주식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에 해외기관, 소액주주가 결집하면서 조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조양호 선임의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실패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의 힘으로 불법행위를 한 재벌 총수가 경영진에서 퇴출되는 첫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을 계기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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