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중 3분의 2 획득에 실패했다.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선임돼 20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왔으나 재선임안 부결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92년 처음 사장을 맡은 것까지 고려하면 27년간 지켜온 대한항공의 조종간을 놓게 됐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기 위해서는 발행 주식의 약 50% 찬성이 필요했다.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33.3%를 제외하면 16.7%의 찬성표가 추가로 필요했으나 획득에 실패했다.
조 회장의 재선임 부결은 대한항공의 경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올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성공적 서울 개최 등 굵직한 현안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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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에는 전일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주식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의견에 해외기관, 소액주주가 결집하면서 조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조양호 선임의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실패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물러나는 첫 사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의 힘으로 불법행위를 한 재벌 총수가 경영진에서 퇴출되는 첫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을 계기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