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연임 '반대' 결정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3.2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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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책임위 첫 전체회의 열고 진통 끝 결론,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키로

소액주주는 2017년 말 기준소액주주는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회장의 연임(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키로 했다. 지난 25일 첫 회의가 결렬된 이후 재차 열린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등 진통 끝에 극적으로 나온 결과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는 26일 조 회장을 임기 3년의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정기주주총회(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자문기구다.



이날 회의에서 수탁자책임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들은 조양호 회장 연임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장시간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산회한 전날의 분위기가 이날 회의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분과위원회는 5명의 책임투자분과위원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수탁자책임위 전체회의 개최를 요청했고, 결국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로 결론이 났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해 조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33.34%)에 이은 2대 주주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표심은 오는 27일 대한항공 주총 안건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과 관련, 중요 변수로 꼽혀왔다.

대한항공은 정관상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표만 확보하면 통과되는 일반 상장사들의 이사 선임 요건보다 까다롭다.

통상 주총 참석률이 70~80%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 전체 지분 중 23.3~26.6%가 반대할 경우 조 회장의 재선임은 어려워진다는 계산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추가로 11.54~15%가 이에 동조하면 조 회장의 연임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수탁자책임위 결정으로 조 회장의 재선임 여부는 주총 표대결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 회장 일가에 맞선 시민단체들이 소액주주들의 표를 얼마나 모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8일부터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독려하며 세 규합에 나선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각종 불·편법 행위와 갑질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막는 데 함께해달라"며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다. 조 회장은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들은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위법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재선임 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표 행사를 권유했다. 해외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lorida)도 조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수탁자책임위는 이날 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을 SK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 역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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