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공시와 증권가의 실적전망치를 종합하면 1분기 6조원대 영업이익이 유력하다.
한달 전만 해도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8조~9조원대로 예상했지만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달 들어 전망치가 7조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평균 전망치는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7조9800억원 수준이다.
공시가 나온 뒤 증권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전망치를 추가 하향하느라 분주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전자의 공시 직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동반 약세가 1분기 반토막 실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로 주요 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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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DDR4 8Gb 제품 기준으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두 달 동안에만 30% 떨어졌다. 3월에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1~2월 두달 동안 10% 가까이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중국 패널업체의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확대됐다. 애플의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가 줄고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LCD와의 가격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관건은 하반기다. 실적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하반기 실적회복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메모리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선 가격 하락이 수요 증가를 촉진시키면서 실적 저점을 앞당겼지만 이번엔 그런 현상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반도체를 비롯해 상반기 주력산업의 침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실적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