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장치 설치만 발표할 게 아니라 지속적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개학한 마당에 비용을 아끼려고 주말이 아닌 주중에 공사를 하면 자칫 수업에 방해될까 걱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공기정화장치 설치 확대를 통해 미세먼지에 대응한다는 정부 방침에 회의적이다. 공기정화장치를 들인다고 교실 공기질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기하지 않거나 필터 청소·교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폐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 방식을 놓고도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미세먼지의 원인과 저감대책의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즉흥적·대증적 대책만 쏟아내는 것으로 비쳐 지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한 중학교 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부가 그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면 지금처럼 뒤늦게 부산떠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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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공기정화장치의 성능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기정화장치 예산은 교실당 약 200만원이다.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학교가 11만4000여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구입·설치에 2000억원이 넘는다. 필터 교체·청소 등 운영비까지 생각하면 실제 투입 예산은 3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차근차근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보여주기식 대책만으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부터 체계적으로 조사를 벌여야 한다. 원인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DJ) 정부 시절 초중고 100% 정보화 교육을 한다며 1조5000억원을 들여 전국의 학교 컴퓨터 실습실 1만2897개곳에 PC 43만여대를 성급하게 보급했다가 컴퓨터사양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전량 무용지물된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