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베네수엘라서 격돌…제2의 '쿠바 위기'?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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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 항공기 2대 베네수엘라 착륙…"군 관련 계약 완수 목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FPBBNews=뉴스1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FPBBNews=뉴스1


러시아와 미국이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에서 격돌하고 있다. 러시아가 외교·경제적 압박을 넘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면서 '제 2의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가 발생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항공기 2대가 전날인 23일 수도 카라가스 외곽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두 항공기 중 하나인 일류신 IL-62 여객기는 바실리 톤코쉬크로프 육군 참모총장과 군인 100여명을 실어 날랐으며, 안토노프 AN-124 군 수송기는 35톤의 물자를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 당국자는 항공기 파견에 대해 "(러시아와) 진행 중인 군사 협력의 일부"라면서 "러시아군은 베네수엘라와 훈련·전략·장비 점검 등을 논의하려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 측도 "베네수엘라와 맺은 군 관련 계약이 여러 개를 완수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2월에도 합동 군사훈련을 이유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 Tu-160 2대를 베네수엘라에 배치해 주변국의 우려를 샀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군사기지를 설립할 수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 온라인 매체 뉴스닷컴은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이번 항공기 파견으로) 러시아가 더 강한 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소련의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놓고 케네디 대통령의 미국과 흐루시초프 서기장의 소련이 대치하며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국제적인 위기다.

이처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옹호하는 러시아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임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 앞서 과이도 의장은 지난 1월 마두로 정권을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의 주범이라 비판하며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고, 미국을 포함한 50여개의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의 오랜 동맹인 러시아 측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회의 상원의장은 이달 초 델시 로드리게즈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대한 외교·경제적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군사적 개입에 대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베네수엘라에 대한 세 제재를 발표하는 회견에서 베네수엘라 인접국인 콜롬비아에 5000명의 미군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갖고 있는 것이 기자들에게 목격됐다.

격화되는 갈등을 진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해결책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러시아는 대신 마두로 정권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보내기로 재차 약속했고, 반면 미국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에 "마두로 정권을 돕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국부를 외부로 빼돌리는 자들은 명심하라"면서 "미국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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