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커피값 3500배 오르는 나라…베네수엘라 속사정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3.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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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생산량 70년만에 최저치로…미국 경제제재-경제회복 노력보다 중앙은행 인쇄기 돌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커피값이 1년 사이 3500배 오르는 나라가 있다. 이곳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30만퍼센트가 넘는다. 대외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5배다. 여기는 바로 '두 대통령'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남미의 베네수엘라다.

9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은 급감한 석유 생산량, 초인플레이션,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짊어진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현재의 경제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를 조명했다.



블룸버그는 먼저 곤두박질친 석유 생산량에 주목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가 전체 수출의 98%를 차지한다. 그러나 1999년 300만 배럴에 이르던 석유 일 생산량은 몇 년 간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70년 만에 최저치인 130만 배럴까지 추락했다.

초기 생산량 부진은 산업에 대한 부족한 투자와 허술한 관리가 발단이었다. 이는 장비 및 물자 부족, 빈번한 부패, 2003년 두 달간의 파업 이후 인력 유출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생산량 급감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경제제재였다. 2017년 8월 미국 투자자 차입이나 금융시장 접근 능력이 제한되면서 생산량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엔 최대 고객인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가 추가됐다. 또한 이 조치는 미국 기업이 중유 희석을 위해 필요한 석유 증류물을 베네수엘라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1년새 커피값 3500배 오르는 나라…베네수엘라 속사정
극심한 인플레이션 역시 눈여겨봐야 할 문제다. 수도 카르카스의 커피 한 잔 값으로 물가를 측정하는 블룸버그 카페콘레체 인덱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연 물가상승률은 37만3000퍼센트에 달한다. 지난해 3월 7일 0.8볼리바르(베네수엘라 통화단위)였던 커피값은 지난 6일 2800볼리바르로, 약 3500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물가 폭등, 생활필수품 부족 등으로 인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이주민 및 난민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재임 당시(1999년~2013년)만 해도 연 물가상승률은 2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는 2014년 석유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서 비롯됐다. 다른 석유국들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의지할 만한 외화 보유액이나 국부 펀드를 늘리지 않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기보다, 중앙은행 인쇄시설을 증축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국가통화의 공급량을 부풀려 가치를 떨어트리는 데 일조했다. 국가통화인 볼리바르는 2013년 이후 가치의 99%를 잃어 지금은 실질적으로 가치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정부는 뒤늦게 가격 통제를 했지만, 오히려 지역 생산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결국 국민들은 기초 소비재, 식품,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암시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젠 부채마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대외채무는 1570억달러(약 178조원)로, GDP의 150%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는 2017년 부채 일부를 채무불이행했고, 채권자들은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가 넘는 연체금을 요구하는 상태다. 또 베네수엘라는 캐나다 광산회사 크리스탈렉스와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등에 수십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어 법적 분쟁까지 일고 있다.

블룸버그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실권을 장악하면 미국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며 과이도 의장이 "이미 국영 석유회사의 새로운 이사회 선정자까지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투자 친화적인 베네수엘라로 탈바꿈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외국 석유회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다만, 장기적으론 호황기 위주로 돌아가는 원자재에만 의존하기보다 다른 산업에 투자해 취약성을 줄여야 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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