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교육비 조사' 안 하나? 못 하나?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9.03.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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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년전 시범조사후 감감 무소식…"유아 사교육 방관" 지적도

/자료사진=뉴스1/자료사진=뉴스1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유아 사교육비 조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행 교육을 위해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년 전 유아 사교육비에 대한 시험조사 후 결과 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 교육부가 정확한 실태조사를 미루며 치솟는 유아 사교육비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벌 경쟁'…낮아지는 사교육 연령= 유아 사교육비 조사에 대한 필요성은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제기돼왔다. 학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교육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4.7세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세에 사교육을 시작했다는 학부모가 27.0%로 가장 많았지만 5세(18.5%)나 3세(17.7%)부터 사교육을 시작하는 비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최근 조사 결과는 없지만 지표가 더 악화됐을 거라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로의 전입 열풍이 고교생은 물론 유치원생까지 확산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년이 올라가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멈춰버린 조사=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진행하며 유아 사교육비 조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교육 관련 시민단체는 교육부가 유아 사교육비 증가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방관자적 태도를 취해 유아 사교육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확한 통계치가 조사돼야만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는데 늑장 대응을 펼치고 있다는 것.



교육부는 2017년 처음으로 국가차원 유아 사교육비 시범 조사를 한 후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계획도 들리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유아 사교육비 정책연구도 올해 하반기나 돼야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반기에 조사가 끝나면 본조사는 통계청 등과 상의를 거쳐 빨라야 올해 말에나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실제 조사 역시 반년 넘게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러도 내년 중순 이후 유아 사교육비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일부러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게 아이냐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치솟은 상황에서 유아 사교육비까지 높게 나올 경우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시범 조사 때도 사교육 과열지구인 서울과 경기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유아의 경우 초중고처럼 일률적이지 않고 보육의 형태가 다양해 종합적인 실태 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의 보육 실태조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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