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떠난 자리... 강남 클럽 '때아닌 호황'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임찬영 기자 2019.03.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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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영업중단에 남은 클럽 반사이익…새 클럽, 개업 미루며 눈치싸움 중 "버닝썬 논란 잠잠해지길"

16일 금요일 오전 1시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임찬영 기자16일 금요일 오전 1시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임찬영 기자


#.16일 금요일 오전1시. 서울 강남의 A 클럽은 유난히 손님들로 북적였다. 손님 300여명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클럽 MD(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는 "오늘만 손님 4000여명이 몰렸다"며 "평소보다 2배 이상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버닝썬과 아레나 등 유명 클럽이 마약·경찰 유착·탈세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지만 강남 클럽 업계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오히려 매출 상위 1·2위를 다투던 버닝썬과 아레나가 영업을 중단하면서 옥O곤·매O·강남O이드·페O스 등 나머지 대형 클럽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형 클럽을 찾은 손님 강모씨(28)는 "평소에도 클럽을 자주 찾는데 오늘같이 사람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강남에 남은 클럽이 몇 군데 없다보니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클럽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남은 클럽에 손님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버닝썬과 아레나를 제외한 기존 유명클럽들이 때아닌 호황을 지내고 있는 반면 새로 클럽을 개업하려는 사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행하던 각종 편법과 감독 사각지대가 드러나면서 당국의 규제 역시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호텔 지하에 들어서려던 '씨O운지' 클럽은 지난달 개업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늦어도 3월 중순에는 개업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소식은 없다.

신사역 인근에 다음달 초 문을 예정이던 클럽 '레O블'도 홍보를 잠정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오픈 예정일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은 개업이 불확실해졌다는 의미로 본다.


최근까지 클럽 영업을 해왔던 건물 관계자 등도 새 사업자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버닝썬 클럽이 있던 르메르디앙호텔에 새로운 클럽이 열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호텔 관계자는 "클럽을 열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건물에 클럽 영업을 허용해줬다가 오히려 피해만 막심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청담동 일대 클럽 2곳이 4월쯤 개업할 예정이었으나 투자 위축으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클럽 탈세 등 단속이 엄격해진 영향도 있다. 강남구청은 "업종 변경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3월부터는 단속 주기도 일주일에 1번에서 2번으로 늘렸고 단속반도 1개반에서 2개반으로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클럽은 그동안 1종 유흥주점에 해당하지만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해 세금 부담을 피해왔다. 1종 유흥주점으로 업종을 신고할 경우 △부가가치세 10% △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 등 최소 23%를 세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부가가치세 10%만 내면 된다.

단속이 느슨한 점을 노려 그동안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던 꼼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닝썬 논란이 잠잠해지기까지 분위기를 보는 중"이라며 "(개업하려는 클럽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고 미루다 안 되면 (개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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