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축사만 1시간' 이상한 소상공인 정책토론회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9.03.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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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도부 등 6명 축사…소상공인들 "토론회좀 합시다" 불만 터져나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앞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헌승·홍문종·홍철호 의원, 황교안 대표,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나경원 원내대표, 김명연·성일종·김학용 의원/사진=뉴시스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앞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헌승·홍문종·홍철호 의원, 황교안 대표,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나경원 원내대표, 김명연·성일종·김학용 의원/사진=뉴시스


18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김명연·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좌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10시부터 시작된 토론회가 1시간째 정치인들의 '축사'만 반복하고 있어서였다.

이날 토론회는 소상공인기본법을 발의한 김 의원과 홍 의원의 주최로 개최됐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업계나 학계의 의견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다. 하지만 토론회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김학용·홍문종·김명연·홍철호 의원 등 6명의 의원이 축사를 하면서 정작 '정책토론회'는 절반의 시간이 흐른 뒤 1시간만 진행됐다.



이에 좌중 일부는 의원들의 발언 도중 "토론회 좀 합시다"라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소상공인기본법과는 관계없는 선거법 등을 거론할 때 불만이 폭발했다. 이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당과 좌파정부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내 자리를 하나라도 늘리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금 여당이 선거법 개정에 몰두하는 것은 정의당을 2중대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곧장 "제가 마음이 급하다 보니 선거법부터 말하게 됐다"며 어색함을 시인했다.
한 소상공인이 받았다는 토론회 포스터. 정당이나 정치인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사진=고석용 기자한 소상공인이 받았다는 토론회 포스터. 정당이나 정치인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사진=고석용 기자
참석자들은 법 제정의 힘을 쥔 국회의원들의 발언에 박수를 치면서도 "이렇게 정치색을 띤 행사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한 소상공인은 "내가 받은 홍보 메시지에는 특정 당 행사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었다"며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하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받았다는 홍보 포스터에는 토론회 좌장과 발제자, 패널 소개만 있고 정당이나 정치인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라도 순천에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왔다는 한 소상공인은 "여의도에 10시까지 맞춰서 오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올라왔다"며 "정치인들 정치놀음하는거 보려고 온 줄 아냐"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여기 온 소상공인들은 다 장사를 미루거나 아르바이트를 쓰고 왔는데 정치인들이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대부분 의원들은 본격적인 토론회 주제발표가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떴다. 정책토론회가 끝난 직후 기념사진 촬영에는 홍철호·송석준 의원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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