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손 뻗는 화웨이…美 "해저 통신망도 안보 위협"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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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통신망 대륙간 데이터 95% 전송…"해저 통신망 보호가 미국과 동맹국의 우선 순위"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AFPBBNews=뉴스1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AFPBBNews=뉴스1


미국과 중국의 전 세계 통신 네트워크 주도권 싸움이 해저 케이블 사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저 케이블 사업이 안보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미 동맹국의 전·현직 안보 당국자들을 인용,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해저 케이블 사업이 중국 당국의 첩보 활동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자회사 화웨이마린네트웍스는 현재 해저 광섬유 통신망을 구축 및 개량하는 90여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월 남미 브라질과 아프리카 카메룬을 연결하는 약 6000km 길이의 케이블을 완공했다. 최근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1만2000km 길이의 해저 케이블 사업을 시작했으며, 멕시코의 캘리포니아만을 가로지르는 케이블 사업은 마무리 단계다. 화웨이가 2015~2020년 사이 완공할 예정인 해저 케이블 사업은 총 28개로,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케이블 사업의 25%에 달한다.

그동안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이 주도해 온 해저 케이블 시장에 화웨이가 뛰어들면서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하게 된 것. 지난 2007년부터 해저 케이블 사업을 시작한 화웨이는 10여년 만에 케이블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미국의 서브콤, 핀란드의 알카텔, 일본 스미모토(NEC)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선 상태다.



이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화웨이의 해저 케이블 사업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자국의 해저 케이블 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했으며 동맹국인 호주도 지난 2017년 화웨이와의 계약을 거절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망을 활용해 인터넷을 감시·검열하고 유사시 통신망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호주 당국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호주는) 중국이 장비에 내제된 안보 취약점을 (첩보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면서 "(화웨이의) 5G 장비와 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 세계 총 380여개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은 대륙 간 음성 및 데이터 트래픽의 95%를 전송하는 주요 전략 자원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해저 케이블 사업을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구상)의 일부인 '디지털 실크로드'로 여기며 적극 장려 중이다. 중국 정보기술산업부 산하의 한 연구소는 지난해 9월 발간한 논문에서 화웨이의 해저 케이블 송신 기술을 극찬, "중국이 20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저 케이블 통신센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윌리엄 에바니나 미 국가방첩안보센터장은 "해저 케이블에 대한 방첩활동 및 안보 위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해저 케이블은 전 세계 통신 데이터의 대부분을 전송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에게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제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화웨이를 견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영국 간 해저 케이블 사업인 '프로젝트 익스프레스'의 비야르니 소르바르다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는 2012년 전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미 의회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나서야 정부도 화웨이를 배제했는데, 안보 위협을 빌미로 자국 제품을 사용하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마린네트웍스 측 역시 "그 어떤 정부도 우리의 서비스와 제품이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힌 적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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