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中 견제? EU집행위 "중국은 라이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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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기술이전·불공정무역 중단 촉구… EU, 2년 전에는 中 '동반자'로 평가

유럽연합기. /AFPBBNews=뉴스1유럽연합기. /AFPBBNews=뉴스1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하고 경제·안보 위협에 대응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을 '잠재적 동반자'로 바라 본 EU가 입장을 선회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변화 움직임이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은) 5세대(5G) 네트워크 등 경제 핵심 분야의 경쟁자"이고 "정치 체제의 라이벌"이라고 적었다.



이번 발표로 EU집행위는 그간의 입장을 선회해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전략적 라이벌'로 규정하고, 중국의 불공정무역·강제기술이전 및 절도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고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WSJ는 "EU는 2년 전만 해도 중국을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동반자로 보고 있었다"면서 "이번 발표는 급격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당선 이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기존의 다자무역 구도를 파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워왔다. 유럽은 이와 달리 기존 국제 질서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왔는데 최근 이 구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에 대해 "중국이 가져다주는 기회와 위협의 균형이 깨졌다는 인식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위는 그 이유로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지원금을 통해 직접 우량기업을 육성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집행위는 또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통신업과 기술 등 첨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려 해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집행위는 그러면서 EU 각국이 중국과의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구상) 관련 계약을 맺을 때 EU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 및 불공정한 무역 관행 중단을 위해 EU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최근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양해각서(MOU)를 추진한다고 한 데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안보 이익도 실현할 수 있다며 관련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EU 내 투자를 견제하기 위해 제3국에 대한 EU 국가보조금 규정을 강화하는 것, 중국 기업이 EU의 공공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조건으로 중국 역시 EU에 자국 공공사업을 개방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의 사용 금지 움직임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집행위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통신 기반시설과 같은 핵심 전략사업에 투자하면 안보위협이 발생한다며, 이에 대응해 5G에 대한 공동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EU 회원국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 오는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연례 EU 정상회의는 이 보고서를 검토하고, 화웨이 5G 장비 사용 여부 등에 대한 EU 전체의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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