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풀이과정 없이 만점'…출제교사 "제 능력으로 안돼"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9.03.12 20:09
글자크기

[theL] 변호인이 '암산 가능' 반박하자 "그러려면 변호사님처럼 똑똑해야 해"

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뉴스1<br>서울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뉴스1<br>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으로 기소된 전 교무부장의 재판에 물리 시험문제를 출제한 A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교사는 전 교무부장의 딸이 시험지에 풀이과정도 거의 적지 않고 만점을 받은 데 대해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했지만 제 능력으론 안 된다"며 암산으로 만점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A교사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 심리로 열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B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전 교무부장 B씨의 딸 C양은 지난해 숙명여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물리 100점을 받았는데, 시험지에 풀이과정을 거의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이 문제지에는 정답 선지의 번호가 그대로 나열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문제를 다 푼 뒤 몇 번 선지가 몇 번 정답으로 채택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번호를 나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과 관련해 검찰은 A교사에게 당시 출제된 여섯 문항을 제시하고 "암산으로 풀 수 있느냐"고 물었다. A교사는 "제가 가르친 가장 우수한 학생들도 그렇게 푸는 건 보지 못했다"며 "제 능력으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이에 B씨 측 변호인은 "물리를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말문을 연 뒤 "고1 수학 과정에 나오는 타원 초점 구하는 공식으로 계산하면 나온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나오는 걸 수축해서 편하게 계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A교사의 주장과 달리 충분히 암산 가능한 문제들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A교사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고 공식 하나 넣는다고 답이 나오는 초등학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답을 그렇게 내려면 변호사님처럼 똑똑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