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광화문택시연가 2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19.03.12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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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등 택시업계 단체장들이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전체회의를 마친뒤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등 택시업계 단체장들이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전체회의를 마친뒤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타 본 ‘타다’는 신세계였다. 광화문에서 저녁모임을 마치고 귀가할 때다. 집과의 거리가 10여㎞에 불과해서일까. 광화문에서 늦은 밤 택시를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자정이 갓 넘은 시각. 30여분 동안 카카오택시와 T맵택시 앱을 번갈아 호출했지만 매번 허사였다. 문뜩 떠오른 대안이 타다였다. 렌터카 기반의 승차공유 서비스다. 굳이 11인승 차량을 쓸 일이 없어 직접 타보진 않았는데 궁금하던 터였다. 등록절차는 간단했다. 스마트폰에 타다 앱을 깔고 간단한 신상과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됐다. 도착지 주소를 입력한 후 호출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배차됐다. 정확히 5분 후 타다 차량이 도착했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살짝 비쌌다. 그래도 이 시간에 이곳으로 달려와준 것만으로도 웃돈을 지불할 이유는 충분했다. 차량도 깨끗하고 편했다.

지난해 ‘카풀’(승차공유)에 반발하며 승차거부 등 고질적 관행들을 없애나가겠다고 택시업계가 약속했지만 심야에 택시 잡기 전쟁은 올해도 여전하다.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기사도 적지 않지만 피크타임에 반복되는 수요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다. 타다 같은 대체 이동수단(모빌리티)이 반가운 이유다. 택시보다 값싼 카풀 서비스까지 나와준다면 더더욱 반가운 일일 터.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극적 타결된 승용차 카풀 서비스 합의안은 그래서 아쉽다. 합의안에 따르면 심야시간엔 아예 카풀 영업을 할 수 없다. 주중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카풀 서비스가 허용된다. 업계에선 유연근무제 확산으로 출퇴근시간이 다 다른데 과거 출퇴근시간대로 영업을 제한한다면 과연 사업성이 있겠느냐고 따진다. “장사는 허용하되 돈은 벌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다. 서비스 허용범위를 현행법 조항보다 더 제한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고 합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할까. 여러모로 아쉬움 투성이지만 이번 합의안의 의미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이슈든 툭하면 극한 대치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도 신구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공유경제의 한복판에서 처음 도출된 합의여서다. 제한적 형태겠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른 카풀 서비스가 첫발을 뗄 수 있게 됐다. 일단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이용자 기반을 갖출 수 있고, 다른 제약조건들을 풀어갈 동력도 얻을 수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건 합의안에 담긴 택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규제 개선과 함께 기사 월급제 시행,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 택시산업의 경쟁력이 사라진 건 요금부터 운행, 택시 규격까지 간섭한 정부 규제 탓이 크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수십 년을 현실에 안주했다. 그러다 카카오 카풀 갈등을 계기로 택시산업계 전반에 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카카오 카풀을 막든 안 막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도 택시는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이자 대중적인 이동수단이다. 한국 이동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택시산업이 우선적으로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합의안에 담긴 택시업계의 고민은 이를 위한 첫 단추다.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광화문택시연가 2
카풀 합의안이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2벤처붐 전략’을 발표하며 “한국의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버’ ‘에어비앤비’ ‘디디추싱’ 같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보다 그런 기업들이 자유롭게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의 지적대로 혁신기업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이 있다면 차라리 규제혁신과 전통산업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게 낫다. 규제가 사라지고 서비스가 좋으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가 몰린다. 이번 합의안이 한국형 이동산업의 빅뱅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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