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가 대중화한 지금은 더 그렇다. 심야에 ‘예약’ 표시등을 켠 채 주변을 오가는 택시들은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도착지를 넣고 호출하면 감감무소식이다. 깜박이는 예약 표시등을 쳐다보며 예전처럼 “더블”을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거리 위주 손님만 골라 태우는 ‘얌체 기사’에게 맞서 일부러 먼 거리를 호출하고 도착지를 바꾸는 ‘얌체 손님’이 돼볼까 싶다가도 ‘상상 속 응징’에 머물러야 했다.
민간기업이 적정 이윤 창출을 위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이용료를 요구하는 건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영리기업에 언제까지 무료 서비스만 제공하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새로 내놓은 수익모델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도입절차와 방법도 일방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택시는 택시산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공룡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카카오의 서비스 정책 하나하나가 택시 업계는 물론 교통 정책·요금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정작 이번 유료모델 도입 과정에는 이용자나 기사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부·서울시 등과의 공식 협의도 없었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택시 호출 피크타임 때 유료 콜 위주로 승객 골라태우기 관행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사실상의 택시비 인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택시기사들마저 등을 돌렸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4개 단체는 “승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동시에 택시산업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유료서비스 철회를 촉구했다.
경쟁자가 사라진 거대 O2O(온&오프 연계) 플랫폼사업자의 오만일까. 거액의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익모델이 시급해서일까. ‘혁신’ 없이 ‘웃돈’에 집착하는 카카오택시에 전통산업 생태계를 더욱 이롭게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초심을 잃은 카카오의 행보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