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형가맹점 수수료 갈등, 원인제공자가 나서야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9.03.12 04:45
글자크기
“솔직히 말해 현대차에 통보한 대로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카드사는 어디도 없었을 겁니다. ” 한 카드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곧 현실이 됐다. 현대차가 통보한 계약해지 시점을 앞두고 일부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상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조정된 인상률은 카드사에서 먼저 현대차에 제시했다.

아직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협상을 마무리하지는 못 했지만 조만간 타협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겉으로는 최대한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끝까지 협상을 못한 최후의 1인이 되고 싶지 않는 속내도 있다.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카드사로서는 어떻게든 실현해야 할 문제였다. 지난해 정부가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평균 수수료를 낮추도록 했다. 정부와 연결된 일부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카드사로서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지 않으면 이처럼 과도한 인하정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수수료율 인하는 강제하면서도 정작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 대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카드업계조차 기대 안 한 공염불이었다. 처벌된다 해도 수위가 낮고 가맹점 계약을 아예 해지하면 처벌 대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분위기가 개선됐다고 하나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협상력의 우열은 뚜렷하다. 현대차의 선례로 인해 통신, 항공, 마트 등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도 열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옳든 그르든 정부의 정책의지가 시발점이 됐으므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정부 차원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결국 정부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의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비켜가지 못할 것이다.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논리 역시 억지 정책에 대한 의미 없는 변명으로 읽힐 것이다.
[기자수첩]대형가맹점 수수료 갈등, 원인제공자가 나서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