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명단을 작성한다. 현 상법상 주주명부 폐쇄는 기준일(주주총회 등 권리행사 일) 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보통 대부분 기업이 12월에 결산을 하고 명부 폐쇄를 하다 보니 주주총회일은 약 3개월 뒤인 3월 말에 하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종목의 평균 주식 회전율(총 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 비율)은 지난 1월 37.6%, 지난달 41.4%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주식 10주 중 4주는 손바뀜이 일어난 셈이다.
방위사업체 빅텍 (4,060원 0.00%)의 경우 지난 8일 5419만주가 거래돼 회전율 221.2%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2~3번씩 주식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날 풍강 (3,835원 ▲10 +0.26%)도 회전율 100.7%를 나타냈고 디자인 (2,910원 ▲235 +8.79%)(88%, 이하 회전율) 광진윈텍 (1,214원 ▼11 -0.90%)(79%) 이엘케이 (10원 ▼11 -52.4%)(67.4%) 등도 수차례 주주 변경이 이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명부에 있는 주주들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주식이 없는 사람에게 주주로서 권리가 주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해도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에게 연락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 상법에서 주주명부에 기재하는 사항은 △주주의 성명과 주소 △각 주주의 보유주식의 종류와 수 △각 주식 취득 연월일 등이다. 휴대전화 번호는 명부 기재사항이 아니어서 회사는 주주들의 연락처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문제들은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오래된 상법 탓이다. 상법이 처음 제정된 1962년에는 주주명부 폐쇄 기간과 기준일 설정을 최대 2개월 이내로 정했고 1984년에 이 기간이 지금과 같은 3개월로 늘어났다. 증권거래를 전산으로 처리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주주 현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든 거래를 전산으로 처리하고 자동으로 기록하는 현재까지도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주주명부는 각 증권사별로 보관하고 있는 종목별 주주 현황을 취합해 작성한다.
각 증권사에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길어도 2~3주 정도면 명부 작성이 가능하다. 올 9월 종이 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전자증권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이 기간은 더 단축된다.
주주 파악 기간이 단축된 만큼 주주총회 안건별로 주주명부를 따로 작성해 주주들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은 12월 말 기준 주주에게 권한을 주고, 이사·감사의 승인 등 향후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은 최근 시점에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안건별로 다르게 주주를 정하면 참여율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맞춰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