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한 주택가 교회 앞에 서 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앳된 남성이 말을 건넸다. 황 대표가 이중주차돼 있던 차 근처에 서 있는 모습을 본 까닭이다. 이 교회 청년은 황 대표와 몇 마디 나눴다. 짧은 대화였지만 스스럼없었고 친근함이 묻어났다.
황교안에게 '청년'은 특별하다.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젊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청년들과 함께 일한 기간만 20년 정도 된다.
청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가난한 어린 시절과 무관치 않다. 황 대표는 힘들게 컸다. 돈 때문에 대학 진학을 고민하자 예순을 넘긴 어머니가 "내 머리카락을 팔아서라도 학비를 대겠다"며 화를 냈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늙어도 너무 늙었다. 2016년 당선된 제20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5.5세다.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으로 엄습하지만 정작 국회의원 중에 아기엄마는 신보라 의원(37·이하 한국식 나이·비례) 단 한 명이다.
자생적 정치력을 검증받은 지역구 의원들은 더 심각하다. 한국당 최연소 지역구 의원인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시연천군)이 47살이다. 47살이 가장 어리다. 여당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제20대 국회 전체 최연소 지역구 의원인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43살이다. 2030 지역구 의원은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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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더 잘사는 유럽 선진국에서는 서른을 갓 넘긴 국가 지도자가 나오고 있다. 나이가 많다고 정치를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성세대가 어린 사람은 정치를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어르신 정치'가 우리나라의 전통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태동과 발전, 역사적 분수령은 청년이 일궈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때 31살이었다.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하이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폭탄을 던졌을 때 25살이었다.
보수층이 산업화의 아버지로 여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45살에 정권을 잡았다. 1971년 신민당 대선후보로 박 전 대통령과 대등한 득표율을 얻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48살이었다.
황 대표의 혁신안이 단지 구호나 수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서는 누구나 청년을 외쳤지만 누구도 제대로 바꿔내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당을 둘러 싼 환경은 만만치 않다. 황 대표 역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고 하지만 2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바꾸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청년은 수단이 아니라 존재 이유가 돼야 한다. 어떤 저항이 있어도 붙잡아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