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광호 이석형기자 = 수도권에 사상 처음 엿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6일 오전 서울 도심(왼쪽)이 희뿌옇게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제주시 하늘 모습. 2019.3.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발 근거있나?" "중국 영향 부인 안해" = 7일 베이징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 책임론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은 지난 2월26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환경장관 회담에서 나온 중국측 리간제 부장의 발언에 비교적 잘 담겨 있다. 당시 한국측 배석자에 따르면 우리측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고통을 언급하자, 리 부장은 "대기오염은 상호 영향을 준다. 중국 정부는 한번도 중국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이어 "다만 그 지역과 범위, 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는 인접한 국가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만 상호적이며, 영향을 미치는 범위와 비중 등도 아직 명확하게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중국 환경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책임론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들이 나온 바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 1월 월례 브리핑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기만 하다가는 미세먼지를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칠 것"이라면서 한국이 스스로 미세먼지 관리에 힘쓰라고 제언했다. 생태환경부는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부장 역시 지난 한중 장관회담에서 지난해 한국 내 미세먼지 농도가 8% 줄어든 것과 관련해 "지역(한국) 내에서 발생한 오염을 줄인 결과"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자신들 책임보다는 한국측 책임이 크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한 대기 전문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많이 온다는 것은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신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상당폭 미세먼지를 줄인 만큼 일종의 '호흡 공동체'일 수 밖에 없는 한국도 '내탓, 네탓' 하지 말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들이 공동 연구 등에서 협조하는 과정에서 공유된 자료들이 자신들에 대한 책임론의 근거로 돌아오는데 대해서도 못 마땅해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11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이전에 발간하기로 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요약보고서가 한중간에 미세먼지 영향을 좀더 객관적으로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자료 역시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기초자료로 인식될 경우 발간 과정이나 발표 후 오히려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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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세먼지 문제의 출구는 결국 양국이 협력해서 해결하는 것 말고는 없다"면서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책임론 제기 보다는 협력을 더 잘 끌어내 실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