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中解]선전에 뒤진 홍콩…홍콩영화 전철 밟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3.0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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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은 어렵습니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나라입니다.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정치·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중국은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중국을 깊게 알고(知中), 최대한 쉽게 풀어보며(解) 이런 질문들에 답해보려 합니다.

지난해 6월 4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민주화 시위 29주년을 맞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다음 해인 1990년부터 해마다 유혈 진압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지난해 6월 4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민주화 시위 29주년을 맞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다음 해인 1990년부터 해마다 유혈 진압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광둥성 선전의 경제 규모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홍콩을 앞질렀다.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던 1979년 1억9600만위안(약 168억원)으로 홍콩의 0.2%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조4222억위안(약 407조2445억원)으로 홍콩(2조4011억위안)을 추월했다.

선전 GDP가 홍콩을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 본토와는 다른 시스템(일국양제·一國兩制)과 정체성을 유지하던 홍콩이 점차 본토로 흡수되는 변곡점을 지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홍콩이 본토에 종속돼가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포르투갈로부터 반환받은 마카오를 편입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웨강아오 다완취(?港澳 大灣區)'다. 웨강아오란 각각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지칭하는 말로, 다완취는 웨강아오와 광둥성 내 9개 주요 도시를 묶는 거대 경제권을 일컫는다.

중국은 다완취 통합을 위해 초대형 인프라 사업도 완성했다. 전체길이 36.5㎞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와 광저우에서 선전을 거쳐 홍콩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그것이다. 강주아오대교와 고속철도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홍콩, 마카오까지의 이동시간이 모두 1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홍콩과 마카오를 흡수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반중(反中) 정서'라는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홍콩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반발해 2014년 '우산 혁명'이라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경찰의 최루액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나온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홍콩을 찾았을 때 안전요원들이 취재진 우산부터 압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홍콩 탈출을 원하는 젊은이도 부쩍 늘었다. 홍콩 중문대학의 2018년 조사에서 18~30세 홍콩 청년 가운데 51%가 외국 이주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1년 전 같은 조사보다 5.5%포인트나 늘어난 수치였다. 몰려드는 중국인 때문에 집값 폭등 등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삶의 질은 나빠진 탓이다.

홍콩이 중국 본토에서 떨어져 지낸 시간은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부터 155년 동안이다. 마카오도 112년간 그랬다. 이 기간 이들은 본토와는 다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한때 저우런파(주윤발)와 청룽(성룡)을 앞세워 영화계를 호령했던 홍콩영화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본토로의 경제적 종속 이후 홍콩과 마카오가 홍콩영화와 같은 운명을 겪게 될지 관심이다. 홍콩영화 속 그들은 총알이 난사되고 무수히 얻어맞아도 불사조처럼 일어나지만 말이다.
[知中解]선전에 뒤진 홍콩…홍콩영화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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