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수답' 아웃도어…예견된 실패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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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체들의 올겨울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 각 브랜드 담당자들은 짠듯이 같은 얘길 했다. 춥지 않은 날씨 때문이라고. 정말이지 이번 겨울엔 날씨가 안 도와줬다고.

고개를 몇 번 끄덕이다 의문이 들었다. 날씨만 문제였을까. 겨울이 끝난 이 시점까지도 롱패딩이 4장에 한장 꼴로 남아도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예측의 실패다. 날씨를 탓하기 이전에 시장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뼈까지 시린 한파가 몰려왔던 2017년 말~2018년 초, 웬만한 소비자들은 롱패딩을 이미 사입었다. 까맣고 긴 '김밥패딩' 일색에 질린 이들도 여럿이었다. 유행 지난 롱패딩을 올 겨울에 '신상'(신상품)으로 구매할 만한 이유는 적었다.

그런데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전년보다 롱패딩을 더 찍어냈다. 왜 그랬을까. 우선 대안이 없었다. 롱패딩을 대체할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면밀한 시장분석으로 시즌 트렌드를 이끌기보다는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롱패딩 생산물량을 정하던 지난해 여름, 브랜드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질문이 자주 오갔다고 한다. "디스커버리는 얼마나 찍는대요?" A 아웃도어 관계자는 "유행이 끝물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며 "다른 브랜드 상황을 보고 애초보다 물량을 늘렸는데 서로 눈치작전에 실패한 꼴"이라고 말했다. 냉철한 시장분석보다는 경쟁사 동향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생산물량을 결정한 셈이다.

2017년 롱패딩 유행으로 모처럼 살아난 아웃도어 시장이 다시 위기다. 우선 경쟁사 '따라가기'와, 날씨에 기댄 천수답식 사업방식이라는 20세기 구습을 벗어나는 것이 위기탈출을 위한 첫단추다.
[기자수첩]'천수답' 아웃도어…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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