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정부는 불법 유해 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달 11일부터 유해 사이트 차단을 위해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필드 차단을 도입. 불법 도박 사이트 776곳, 음란 사이트 96곳의 접속을 막았다. 몰래카메라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등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강한 조처를 시행한 것이다.
정부가 '불법 음란물' 유통을 막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음란물과 이를 차단하는 규제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 '불법'의 기준을 확립해 유해 사이트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음란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현행법상 음란의 개념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모든 음란물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성인영화'는 '합법적인 야동'으로 여겨진다. 실제 성관계를 하지 않고 출연자들의 음모, 성기 등이 노출되지 않은 콘텐츠는 합법적 음란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문 배우들이 동의 하에 촬영한 '성인영화'라 해도 심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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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콘텐츠와 같이 음란물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며 "최대한 대법원 판례에 맞춰 심의 중이다. 성기가 노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차단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여긴 접속되는데?"…모호한 방심위의 '불법' 기준
/사진=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 페이지 캡처 화면
현재 유해 사이트 리스트는 방심위가 관리하고 있다. 경찰, 여성가족부 등 유관 정부 기관은 유해 사이트 신고만 할 수 있다. 차단 결정은 방심위의 몫이다.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불법 유해 사이트를 정한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음란물 대부분이 '불법'이라면 성인 사이트 전체가 차단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유튜브 접속까지 막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방심위는 2015년 일부 만화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접속을 차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방심위는 '과잉규제'라는 비판에 하루 만에 차단을 철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지금 '불법 음란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포르노 등 음란물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