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北에 삼성공장이…상상력과 창의력의 시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2.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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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김일성은 주체, 김정일은 선군을 내세웠지만 김정은은 경제발전과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2012년 초 강연자로 나선 '삼성사장단협의회'에서 전망한 북한의 미래다. 당시는 김정은 현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였다. 조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개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해 가는 질서 속에서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사장단협의회' 직전에 다녀온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2'에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한 것과 맞물려 삼성의 대북 사업 추진 가능성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조 교수의 예언(?)은 세월이 흘러 소름돋는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지렛대로 미국 등과 전방위로 협상에 나서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고 자립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 경색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제협력(경협) 움직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은 대박'이라는 장미빛 어젠다로 반짝 풀리는가 싶더니 잇따른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다시 멈춰섰다. 당연히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북 사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나마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과 정부의 개성공단 사업마저도 중단됐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숨가쁘게 내딛어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을 동력으로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 경협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 오죽하면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했을까.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의 휴대폰공장(박닌성 지역)과 LG전자 (97,900원 ▼900 -0.91%)의 가전공장(하이퐁 지역)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LG의 북한 생산공장 설립이 먼 나라 얘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평소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IT 기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전언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베트남에선 전체 국가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삼성이 북한으로 옮겨갈까봐 김 위원장의 공장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베트남으로 쏠리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우보세]北에 삼성공장이…상상력과 창의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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