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내놓는 최태원…투명경영·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2.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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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2위 변곡점서 용단…계열사 경영-감시 분리 연이어질 듯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제공=SK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행복 토크’에서 구성원들과 행복키우기를 위한 작은 실천 방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말 그대로 경영과 감시의 분리를 의미한다. 최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의장으로 학자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언급되는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대표이사는 경영진을 대표해 경영을 책임진다. 그리고 이사회는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은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와 이를 감시하는 이사회 의장이 오너 혹은 오너 일가의 동일인인 경우가 많았다. 오너가 지주사 혹은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는 의미다.



이는 경영과 감시를 한 사람이 맡는 구조로,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SK그룹은 이에 따라 이미 그룹 내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작업을 진행해 왔다. SK디스커버리의 경우 최창원 부회장이 대표이사지만 의장은 오연호 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김준 사장이 경영을 맡고 김창근 이사회 의장(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이 감시를 맡고 있다.

SK그룹 뿐 아니라 다수 글로벌 기업들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시켰다.



SK그룹은 이 같은 안을 내달 5일 SK㈜ 이사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만큼 통과가 가시적이다. 지주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해당 안이 현실화된다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들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 중 한 사람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계는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SK그룹의 화두인 '사회적 가치' 경영 철학 구현 의지와 연결시켜서 본다. 최 회장은 지난달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의 행복과 성숙도 있는 공동체 구성이 성장과 안정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계열사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경영의 실현 정도를 중요 요소로 보겠다고도 선언했다.

최 회장의 결단은 그룹에 또 다른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기업경영성과 평가기업 CEO스코어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9월 기준 공정자산 규모가 213조20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현대차(220조5980억원)에 이어 3위다. 연말 규모가 역전돼 SK그룹이 재계 서열 2위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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