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노사, 탄력근로제 4대 쟁점에 '극적 합의'…민노총 반발 예고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이해진 기자 2019.02.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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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기간 확대, 임금감소분 보전, 노동자 건강권 보호, 도입 요건 유연화 놓고 대립해 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가 19일 극적 합의를 이뤘다. '빈손' 활동 종료를 막아야 한다는 양측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다음달 끝나는 데다 국회가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정부안 입법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를 한 셈이다.

노사는 9차례에 걸친 논의 과정에서 단위기간 확대에 따른 임금감소분 보전,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 마련,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 유연화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현행 제도로는 산업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의 최대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경영계는 계절산업이나 신제품 출시시기, 대형 제조업체 개보수 작업 등 집중근로가 필요할 때 3개월의 단위기간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임금이 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무한정 노동이 가능해져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노동계는 임금보전 방안을 구체화해 추가수당을 주는 방식을 노사합의문에 넣고, 장시간 집중근로 후 휴식권을 보장할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합의문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대신,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해 건강권 보호, 임금감소 보전 대책도 담았다. 3개월이 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일 간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고,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또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경영계의 요구사항도 반영됐다. 2주를 초과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사업주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한다는 현행 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미리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정하는 게 어려운 점을 감안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천재지변, 업무량 급증 등으로 불가피할 경우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는 길도 열어 줬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유연성을 더한 셈이다.

양측이 연장 논의 끝에 의견차를 좁히는 데 성공하면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라는 첫 사회적대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합의문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한국의 사회적대화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 이런 구체적인 사안을 노사가 합의한 일은 드물 것"이라며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국회는 이달 중 노사합의에 기초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사노위를 찾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한정애 의원도 "노사정이 마음을 합해 만든 합의안인 만큼 정신이 그대로 존중될 수 있도록 입법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 불참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폭거에 가까운 노동 개악이자 야합"이라며 총파업 총력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측이 "합의를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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