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최악"…美 '소비 쇼크', 경기침체 전조?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2.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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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미국 12월 소매판매, 2009년 이후 최악 감소…연준 이사 "경제 하방 위험 커진 건 분명"

"10년 만에 최악"…美 '소비 쇼크', 경기침체 전조?


한마디로 '쇼크'였다. 미국의 연말 소비지표 얘기다. 두달 연속 늘던 소비가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12월에 전월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것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감소폭이다.

크리스마스(12월25일)와 박싱데이(12월26일)를 전후한 대규모 재고 할인행사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갑을 닫았다. 과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만으로 설명이 될까? 경기둔화의 전조일까, 일시적 현상일까?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14일(현지시간)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7.30포인트(0.27%) 떨어진 2745.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에 이은 하락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03.88포인트(0.41%) 떨어진 2만5439.39로 거래를 마쳤다. 4분기 매출 부진으로 코카콜라의 주가가 무려 8%나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에 비해 6.58포인트(0.09%) 높은 7426.95로 보합세를 보였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 중에선 페이스북과 이날 뉴욕 제2본사 건설을 포기한 아마존을 제외하고 모두 강세였다. 특히 넷플릭스는 2%나 상승했다.

소비침체에 대한 우려가 뉴욕증시를 짓눌렀다.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줄었다. 2009년 9월 이후 9년여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0.1~0.2% 증가를 예상했다. 앞서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10~11월 2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대 소비시즌인 12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자동차 판매는 나은 편이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폭인 1.8% 줄었다. 아마존 등을 통한 비(非)점포 소매판매는 2008년 11월 이후 최대 폭인 3.9%나 감소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는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브리클리 자문그룹의 피터 브루크바 수석투자관리자는 "끔찍한 수치"라며 "미국 소비는 전세계 경제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둔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수치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1월 주가처럼 소비 지표도 반등하길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폐장 직전에 나온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소식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날 미치 맥코넬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한 직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계획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자정까지 예산안에 서명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한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 예산안 발효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재발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다. 증시에는 불확실성이란 부담을 가져온다. 맥코넬 원내대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캘리포니아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야당의 반발을 예고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 대부분이 타결을 예상함에 따라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어서다. 인포마 파이낸셜인텔리전스의 라이언 나우만 전략가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시한을 연기하겠다고 한 것은 타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의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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