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2.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에도 검찰이 저인망 전략으로 '최고 윗선' 혐의 입증에 주력하면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양 전 원장이 구속된 후 구속만기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검찰이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사태를 겨냥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여만인 220일 만에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심사대에 서야했다. 전직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사상 최초의 구속이었다.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6월15일 '수사 적극 협조' 방침을 밝힌 데 따라 같은 달 18일부터 본격 수사에 나섰으나, 초반부터 법원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었다.
법원 조사자료 및 인사자료 제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 의혹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줄기각되며 '방탄법원'이란 비판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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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은 속도전을 포기하고 전현직 법관 수십명을 상대로 한 저인망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검찰은 '임종헌 USB'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건 등을 통해 혐의사실 입증 토대를 일궜다.
이 문건엔 김앤장 측 한상호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독대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계획 등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검찰 수사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9월18일 대법원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 등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사법농단 첫 구속영장'은 같은달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는 대신 이들을 건너뛰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진했다. 수사 장기화 부담과 함께 박·고 전 대법관을 겨냥한 영장이 연거푸 기각될 경우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수장으로 모든 보고·결재라인의 최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통해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두 전직 대법관 영장이 기각된 뒤 한달여간 전현직 법관 수십명을 다시 조사했다. 현직에 있는 이동원 대법관 상대 서면조사도 이뤄졌다.
결국 법원은 지난달 24일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양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원장과 함께 다시 구속 심사대에 선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선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불구속기소 하고, 먼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기소는 구속만기에 따른 것이고, 이날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추후 검토를 거쳐 추가로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달 내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나머지 법관들에 대해서 사법처리 기준을 세워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재판 거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현직 국회의원의 기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더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수사팀 나름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판결 선고 시까지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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