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동에 뿌린 한국의 의료 씨앗

머니투데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2019.0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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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양질의 의료서비스 수요는 증가한다. 중동국가는 최근 의료시설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우수한 의료 인력은 아직 부족하다. 이를 고려할 때 중동 국가와의 '의료인 교류'는 한국의료 진출의 중요한 주춧돌이다.

지난달 26일 카타르에서 열린 '한-카타르 헬스케어 심포지엄 2019'에 참석했다. 양국의 의료인 교류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의사와 한의사가 복강경 간 절제술, 근골격계 질환의 한의약적 치료법 등 최신 의료기술을 발표했다. 600명 넘는 카타르 의사들이 모였다. 더불어 한국 의료팀이 카타르 의사들과 진료회를 열었다. 3일간 400명 넘게 환자들이 찾아왔다. 카타르는 이 행사를 2년마다 정례 개최할 것을 제안해왔다. 이를 계기로 중동 국가와 의료인 교류가 활발해지고 한국 의료의 진출 기반이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중동 방문의 목적 중 다른 하나는 '아랍헬스 2019'에 참석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아랍헬스'는 매년 1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 4대 의료기기 전시회 중 하나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투자 확대로 중동·아프리카의 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7%씩 고성장 중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규모는 2017년 약 6조원, 세계시장의 약 1.6%에 불과하다. 초음파영상기기, 치과용 임플란트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영세·중소규모 기업들은 좁은 내수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올해 아랍헬스에서 '한국형 의료기기 통합 전시관'을 처음 선보였다. 그간 우리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전시하던 방식과 달리 22개 국내 기업이 참여해 국산 제품으로만 수술실을 구성해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세계적 기업들은 그들의 제품들만으로도 수술실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음을 절감했다. 하지만 과거 해외에서 홀대받던 우리나라 가전제품들이 이제는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세계시장 선도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정부 역시 우리 의료기기의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시장진입 촉진, 규제 개선 등과 더불어 우리 의료기기를 세계시장에 전략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편 아랍헬스 참석차 두바이를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타우피그 파우잔 알 라비아 보건부 장관을 만나, 사우디의 보건의료지출 완화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는 자국민에 의료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하락 등 재정 위기로 보건의료지출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중동 국가들에게 한국의 경험은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은 12년만에 전 국민 대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사우디 타우피그 장관은 한국형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보건의료재정 개혁을 추진하는 사우디에 우리의 값진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정부 간 논의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며칠 간 카타르, 사우디, 두바이 등 중동 정부 관계자를 만나 의료서비스, 의료인 연수,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했다. 또 우리 의료기기를 홍보하면서 중동에 한국 의료의 씨앗을 뿌렸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이라는 씨앗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기고]중동에 뿌린 한국의 의료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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