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위, 한진 경영참여 반대 다수' 고수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1.3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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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회의 경영참여 반대 다수 의견 기금위에 보고,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 등 주주권 행사 가능성

국민연금 '수탁자위, 한진 경영참여 반대 다수' 고수


29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가 예정에 없던 2차 회의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참여에 대해 반대 다수 의견을 그대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 결정이 오는 1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로 다시 공이 넘어갔다.

◆경영참여 논의 안해..기금위 정부위원 캐스팅보트=보건복지부는 이날 수탁자책임위가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기금본부)로부터 기금본부와 대한항공‧한진칼 경영진간의 비공개면담 결과를 청취하고 단기매매차익 추정치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수탁자책임위는 지난 23일 첫 회의에서 더 이상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지만 일부 위원의 의견에 따라 이날 추가로 회의를 가졌다.



복지부는 회의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와 범위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수탁자책임위 회의에서 경영참여 반대 다수 의견을 그대로 기금위에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1차 회의에서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는 위원 9명 중 5명이 모두 반대했고 2명은 모두 찬성했다.

한 수탁자책임위 위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 연임 반대 등 이사 선임 등 의결권 행사 방안이 집중 논의됐고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와 범위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수탁자책임위 2차 회의를 끝으로 주주권 행사 여부 최종 결정은 다시 기금운용위원회로 넘어갔다. 기금위는 그 동안 관례상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참고해 위원들의 합의제 방식으로 최종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기금위는 전체 20명의 위원 중 14명의 민간위원들 간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6명의 정부위원(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포함)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정부 개입' 논란을 의식해 그 동안 중립 입장을 고수했지만 막판에는 어떤식으로든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간위원 간 의견이 맞설 경우 정부 위원이 의견 표명을 하지 않으면 결론이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연금 '수탁자위, 한진 경영참여 반대 다수' 고수
◆기금위, 이사선임 반대 결정 등 가능성=기금위 안팎에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단순투자 목적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변경하지 않아도 되는 주주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재선임 반대 등 이사선임과 임원 보수한도 승인, 보상관련 주주제한 등이 거론된다.

이들 방안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단순투자 목적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변경할 경우 국민연금의 6개월간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수탁자책임위의 9명의 위원 중 7명이 이사 선임 등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는 것도 더욱 힘이 실린다.

반면, 조양호 회장 해임 등 이사회 구성과 정관변경 등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14명의 민간위원 중 노동계 대표 3명과 관계전문가 2명, 시민단체 등 지역 가입자 대표 6명 등 11명이 찬성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졸속 심사 지적도=국민연금 안팎에선 이번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부실, 졸속 심사라는 비난이 거세다. 번번이 체계적이지도 않고 원칙도 없이 진행된데다 민간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국민연금 민간위원은 "논의가 부실심사 여지를 남겨 신뢰성이 훼손되면서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논란의 소지를 남기게 됐다"고 했다.

실제 수탁자책임위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예정에 없던 추가회의 개최는 물론 장소를 막판에 변경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복지부는 당초 수탁자책임위가 지난 23일 첫 회의에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회의 하루 전날인 28일 갑자기 2차 회의 개최를 결정해 공지했다.

이날 2차 회의 장소도 회의 개최 직전에 변경하면서 졸속, 밀실 심사라는 비난을 더 키웠다. 여기에 수탁자책임위 위원들은 지난 첫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시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하지 않으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부실심사에 기름을 부었다.

복지부는 기금위와 수탁자책임위의 위원들에게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회의자료를 회의 전날 밤늦게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 회의 안건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아 민간위원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논의 과정에서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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