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서지연 ize 기자 2019.01.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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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유튜브는 소통을 위한 가장 대중적인 채널 중 하나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인들이 하나 둘 유튜브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정치인들은 지금의 시대를 대표하는 채널인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지금 국민들을 만나고 있는 ‘유력 정치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았다.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구독자수 66만(1월 28일 기준)
콘셉트 ★★★★
정보성 ★★★★★
화제성 ★★★★★

유시민 이사장은 ‘알릴레오’를 시작하며 “우리 사회 정책 현안에 대한 팩트와 해석의 차이를 좁히는 시사 지식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그 어떤 정치인보다 방송경력이 풍부한 유시민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답게 콘셉트가 확실하다는 것이 특징. ‘알릴레오’는 홀수회와 짝수회로 나뉘는데, 현 정권의 정책전문가들을 초대해 직접 정책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홀수회와 보다 정책을 비롯해 초대인사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짝수회로 구성된다. ‘알릴레오’ 첫 회에서 ‘땅 밑에 얼마나 많은 것이 묻혀 있는지 지도가 없으면 알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정책의 뿌리와 배경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다. 알릴레오의 한 코너라고 할 수 있는 ‘고칠레오’는 ‘국민들을 현혹하는 가짜 뉴스를 바로 잡는 팩트 체크 코너’로 1회에서는 유시민 이사장이 직접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팩트’를 강조한 만큼, ‘알릴레오’의 보조 진행자는 데이터 전문가 배종찬 본부장이며 자료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 70억 달러를 퍼줬다’는 루머를 반박하며 그 자금의 출처와 사용 내역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식이다. ‘알릴레오’ 티저가 올라온 직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만 명에서 60여만 명으로 증가했고, 후원자 수는 1000명 이상 늘었다. 자칭 ‘어용지식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

구독자수 24만(1월 28일 기준)
기획력 ★★★★★
공격력 ★★★★★
비주얼 ★★★★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홍준표 전 대표의 ‘홍카콜라’는 정치인 유튜브 채널 중 단연 트렌디한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뉴스콕’으로 마치 앵커처럼 말쑥하게 차려입은 홍준표 전 대표가 한 가지 이슈에 대해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슈 뿐 아니라 지난 선거 때 논란이 됐던 ‘모래시계 검사 비하인드’ 등 조금은 사적인 홍준표 전 대표의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또 다른 코너로는 정치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는 ‘홍크나이트쇼’와 긴 호흡의 생방송 ‘라이브 온에어’가 있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방식도 꽤나 직설적인 편. ‘문재앙보다는 홍발정이 낫다’라거나 ‘기레기 탈출법 알려드려요’처럼 도발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다만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직접 구독자들과 소통하거나, 대중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키워드를 적절하게 선정하고 미리보기나 영상을 세련되게 가공하는 것은 다른 정치인 유튜브 채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점이다. 또 한 가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홍준표 전 대표의 패션이다. 정치인으로서 공식석상에 설 때와는 다르게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패션을 보여주고 있는데, 니트에 패딩베스트를 겹쳐 입거나 가죽재킷으로 멋을 내기도 한다. 그가 어떤 타깃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 방송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홍카콜라’가 MBC 뉴스보다 조회수가 높다”, “(방송국은) 수천억 들여서 방송하는데 나 혼자 하는 것만도 못하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방송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김문수TV’

구독자수 17만(1월 28일 기준)
체력 ★★★★★
디스 ★★★★
입담 ★★★

김문수 전 지사의 ‘김문수TV’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수 정치인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4월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김문수 전 지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부터다. 초반에는 여느 후보들의 유튜브 채널처럼 선거운동과 관련된 영상들로 채워졌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 ‘김문수TV’의 2막이 시작됐다. 지난 8월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유튜브 복귀를 알린 ‘김문수TV’는 한 주간 벌어진 정치적 이슈에 대한 브리핑부터 전문가와의 대담, 현장이나 시민들을 찾아가는 인터뷰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차명진 전 국회의원 등과 함께하는 토크쇼 형식의 영상이나 김문수 전 지사가 그날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짧은 영상이 주를 이루며 유튜브의 호흡에 완전히 익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文 정권은 갈 데까지 가는 정권’이라든가 ‘문재인은 김정은 빵셔틀 외교’라는 표현을 쓰는 등 과격한 디스도 서슴지 않지만, 아직까지 카메라를 향하는 표정이나 말투는 어색할 때가 많다. 다만 배너의 ‘이 시대를 가장 뜨겁게 살아온 한 사람’이라는 문구와 대표 동영상 ‘김문수의 철봉실력은?’ 속에서 엄청난 근력을 자랑하는 모습이 조화를 이루며 ‘와신상담’하는 그의 심정을 짐작케 한다.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이언주 국회의원의 ‘이언주TV’

구독자수 9. 1만(1월 28일 기준)
디스 ★★★
숙련도 ★★★★★
캐릭터 ★★★★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유튜브를 가장 활발히 운영하는 정치인 중 하나다. 그의 유튜브 채널은 ‘시사이슈털기’, ‘생각해봅시다’, ‘동료정치인에게 듣는다’, ‘연사 이언주!’ 등의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으며 일반 유튜버들의 채널처럼 비교적 분명하게 코너화 되어 있는 것이 특징. 예를 들어 ‘시사이슈털기’에서는 하나의 정치적 이슈를 주제로 관련 전문가를 초대해 1시간 여 동안 대담을 나눈다면, ‘생각해봅시다’에서는 홀로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보다 짧은 시간 내에 분석 및 비판하는 식이다. 변호사 출신답게 막힘없는 언변을 자랑하며,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를 놓치지 않는 편. 최근 유튜브를 시작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노회한 꼰대이자 한물간 사회주의자’라고 비판한 영상의 조회 수는 7만회, 방송인 김제동의 출연료를 비판한 영상의 조회수는 31만회를 넘어섰다. 영상을 시작할 때 구독 및 후원을 안내하거나 함께하는 전문가들의 유튜브 채널도 홍보하는 등 능숙한 유튜버의 면모가 엿보인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것은 올해 1월 처음 업데이트 된 ‘동료정치인에게 듣는다’로 자유한국당의 조경태, 김진태 의원과 함께 한 영상이다. 현재 이언주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유력인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수 진영에서의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한다.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정청래 전 국회의원의 ‘정청래TV 뉴스농장’

구독자수 6.4만(1월 28일 기준)
패러디 ★★★
어그로 ★★★
임기응변 ★★★★★

정청래 전 의원의 유튜브 채널 ‘정청래TV 뉴스농장’은 ‘B급 정서’가 물씬 풍긴다. 정청래 의원이 공항에서 ‘노룩패스’를 흉내 내다 누군가에게 걷어차이는 영상을 기점으로 이 채널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채널의 타이틀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대놓고 패러디한 것이고, 그가 매일 저녁 6시에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의 제목은 ‘6시 내 청래’다. 기획된 코너를 진행하기 보다는 정청래 전 의원이 말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라이브 방송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수다맨’ 강성범과 함께 한 ‘6시 내 청래’에서는 방송 시작 5분전에 ‘강질정답(강성범이 묻고 정청래가 답하다)’라는 코너를 급조하기도 했으며, 권칠승 국회의원과 함께 한 방송에서는 모니터를 확인한 후 “내가 얼굴이 세배네”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시사타파TV’의 이종원 기자에게 유튜브 사용법을 배우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가 떠난 직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아예 화면을 꺼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먹방이나 여행 등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를 종종 올리는 것도 다른 정치인 유튜브 채널과의 차별점. 최근에는 논란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을 초대해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단식을 비판하는 등 현재 가장 뜨거운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유시민 미디어│③ 유시민부터 홍준표까지, 유튜브가 정치를 만났을 때
박용진 국회의원의 ‘박용진TV’

구독자수 5.4만(1월 28일 기준)
성실성 ★★★★★
정보성 ★★★★★
재미 ★

박용진 의원은 여당 의원 중 드물게 꾸준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온 인물이다. 보수진영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는 유시민 이사장의 ‘알릴레오’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박용진TV’는 현역 국회의원의 유튜브 채널답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기록하거나 설명하는 영상이 주를 이루며, ‘Media 박용진’, ‘국회 의정활동’,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강북구(을) 박용진’, ‘후원금 모금합니다!’로 나누어져 있다. 현재 그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박용진 3법’으로 각종 라이브와 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법안이 어떤 절차로 만들어지고,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다른 정치인들의 유튜브 채널처럼 화제성이 있거나 흥미로운 요소가 많지는 않지만, ‘도대체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요즘 세대의 미디어인 유튜브를 통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활동의 영향으로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11월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회의원’으로 뽑히기도 했다(‘빅터뉴스’). 더 이상 유튜브가 선거운동 때만 반짝 사용하는 홍보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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