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물가 못잡은 아프리카 독재자들…"못 살겠다 갈아엎자"

머니투데이 김준석 인턴기자 2019.01.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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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 인상 반대"·"휘발유값 인상 반대"서 "정권 퇴진"으로 구호 바뀌어…수단 40명·짐바브웨 12명 이상 사망

편집자주 문제는 경제(It`s Economy)요, 정확히는 홀쭉해진 국민들의 지갑이었다. 물가가 한주 만에 몇만%씩 오른다는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현재 자칭 대통령이 두명일 정도로 폭풍 전야다. 프랑스의 에펠탑, 루브르도 한때 폐쇄시킨 노란조끼 시위도 유류세 인상 방침이 발단이었다. 성장률 둔화가 목전인 중국은 고기값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치솟는다. 얇아진 지갑으로부터의 혁명과 위기, 그 이면을 들춰봤다.

24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카트룸에서 발생한 시위에 정부군이 최루탄으로 대응하는 모습/AFPBBNews=뉴스124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카트룸에서 발생한 시위에 정부군이 최루탄으로 대응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아프리카 수단과 짐바브웨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두 곳의 시위는 각각 '빵'과 '휘발유'가 도화선이 됐다. 두 정부 모두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강경진압으로 수단에서는 최소 40명, 짐바브웨에서는 최소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단 정부가 5주째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민들의 참여는 오히려 늘어 현재 시위가 수단 전역 35개 도시로 퍼졌다고 25일 보도했다. 30년째 집권 중이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서만 퇴임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어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 간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수단 정부가 한밤중 발표한 기습 발표한 빵값 인상으로 주식인 빵 가격은 1수단파운드(약 20원)에서 3수단파운드(약 66원)로 3배 폭등했다. 지난해 말 7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수단은 빵값 인상 이전 이미 밀가루와 육류, 채소류 가격이 50% 넘게 오른 상태였다. 빵값마저 폭등하자 생활고를 참지 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빵값 인상 구호는 어느새 국방비에만 집착하며 경제를 외면한 알 바시르 대통령 퇴진 구호로 변했다.

짐바브웨에서는 휘발유 가격 기습 인상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37년 로버트 무가베 독재를 종식한 에머슨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약속하며 지난해 8월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1%를 기록하며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난은 심화됐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2일 휘발유 가격을 ℓ당 1.24달러(약 1384원)에서 3.31달러(약 3969원)로 인상을 기습 발표하자 분노한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짐바브웨 정부는 20일 시위대에 "지금까지 진압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강경진압을 경고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27일 "사복 경찰들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모습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한 여성은 스카이뉴스에 "전임 무가베 정권에서도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심상치 않은 국제적인 여론과 지지층 이탈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22일 교회·시민단체·야당 등 시위 세력에 대화를 요청하며 휴전 신호를 보냈지만 야당이 거절하면서 시위대와 정부군과의 대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14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행진하는 모습/AFPBBNews=뉴스114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행진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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