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반도체 생산라인 M16 기공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결정은 24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전날 진행된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에서 연간 초과이익분배금(PS) 1000%, 특별상여금 500%, 생산성 격려금(PI) 상하반기 각 100%를 지급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24일 내내 주요 언론과 포털을 장식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성과급을 꿈꾸기 어려운 대다수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위화감 조성된다", "근로의욕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내부 직원들은 '속사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영업이익이 14조원에서 21조원으로 1.5배나 올랐는데, 성과급은 100%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직원은 "성과급을 결정하는 로직이 일정하면 납득을 하겠다. 불황일 땐 0.5%까지 칼같이 계산하던 회사"라며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린 다시 오기 힘든 실적이란 걸 알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인정받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둔화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한동안 '보릿고개'가 염려되는 만큼, 지난해 거둔 최고 실적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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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간 성과급 결정은 전년보다 다소 지연됐다. 2017년 11월 임단협 타결로 기본급의 1600%라는 연간 성과급 규모가 결정된 데 반해, 지난해엔 해를 넘겼다. 그러는 동안 삼성전자의 특별보너스 지급 소식까지 들리며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 앞에서 직원들이 통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면서 "법적으로는 최종 조인식을 하기 전까진 성과급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노조위원장과 대의원들이 참석한 임단협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직원들에겐 법적인 절차가 다 완료된 후 공지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과장급은 연봉과 성과급 합쳐서 1억원 이상' '성과급이 연봉의 85%'라는 단정적 보도에 불만을 표시한다. 당연히 SK하이닉스 과장의 세후 연봉 및 성과급 실수령액은 기사에 언급된 수치보다 낮아진다. PS, PI는 개인 고과에 따라 차등이 있어 '연봉의 85%'보다 적게 받는 직원들도 많다.
반도체 업계에서 성과급은 '자존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업무 강도가 높고 인재유출이 빈번한 업계 특성상 보상체계에서 기본급보다 성과급의 비중이 높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 등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국내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어 회사로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성과급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로서도 성과급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 입장에서야 많이 받을수록 좋지만 얼마가 적정하고 만족할 만한 액수일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