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관]민주당 '조정식' 효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9.01.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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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신임 정책위의장, 다선 의원들의 주요 당직 활성화...차기 원내대표 경선 스타트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 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 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2004년 총선부터 내리 4선에 당선했다. 당내 ‘선수’ 서열(?) 공동 7위(6선 문희상 국회의장 제외)다.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가 7선으로 가장 높다. 이석현(6선), 박병석(5선), 원혜영(5선), 이종걸(5선), 추미애(5선) 의원 등이 뒤를 잇는다. 조 정책위의장과 함께 4선인 의원은 강창일 의원을 비롯해 모두 12명이다.

요즘 민주당 안팎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당내 선수 서열 7위인 조 정책위의장이 재선 혹은 3선 의원이 하는 정책위의장을 맡은 이유다. 정확히 말하면 이 대표가 ‘친문’(친 문재인)이 아닌 조 정책위의장을 임명한 배경이다. 조 정책위의장이 홍영표 원내대표(3선)보다 선배 의원이어서 더욱 그렇다.



통상 당 정책위의장은 법안과 정책을 총괄하는 원내대표를 서포트한다.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 잡을때도 항상 원내대표 다음에 잡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역사상 정책위의장의 선수가 원내대표보다 더 높은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당초 오는 5월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전반기 국회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상반기에도 원내대표 출마 생각이 있었지만, 나서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하반기 재선 의원들이 주로 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민주당 간사를 맡아 주변을 놀라게 했다.



당내에선 조 정책위의장이 칼을 들고 대외적으로 앞장서 적과 싸워야하는 정무적인 역할보다, 내부 살림을 챙기며 구조를 튼실히 챙기는 정책통 역할을 선호한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젠틀한 성격의 조 의원은 차분하게 정책을 챙기는 스타일이다”며 “투사적 이미지를 보여야하는 원내대표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의원들은 이 대표가 조 정책위의장의 이런 성향을 파악하고, 항아리 구조인 당내 선수 문제를 다뤘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구성을 보면 초선이 57명으로 전체 의원 129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40명 가까이 된다.

이런 구조에서 이 대표가 조 정책위의장 임명을 통해 3선 이하 의원들이 주로 맡는 ‘당 3역(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비서실장)’을 4선 의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원들도 선수보다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물론 정책통인 조 정책위의장이기에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의 이런 선택은 친문과 비문이 치열하게 다툴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까지 민주당내 친문을 제외한 쪽에선 조 정책위의장을 다음 원내대표로 밀고 싶어 했다. 친노·친문 좌장인 이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친문이 된다면 자신들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내년 총선 공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조 정책위의장이 당직을 맡는 바람에 이 구상은 사라졌다.

대신 비문쪽에선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민병두 정무위원장,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 쪽에선 이 대표의 선택에 따라 당직을 놓게 된 김태년 전 정책위의장이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설 이후 개각때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현재로선 김 전 정책위의장의 이름이 많이 나온다. 조 정책위의장과 바통 터치로 선거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그만큼 많이 벌어서다.

오는 5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비슷한 시기에 당의 21대 총선 공천룰도 마련된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각 계파별 입지가 달라진다. 물밑에선 벌써 친문과 비문이 원내대표 후보군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민주당은 ‘조정식’ 효과로 총성 없는 100일간의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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