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넘치는 美…주택시장은 왜 침체일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1.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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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상승률이 집값 오르는 속도 못 따라가…대출금리 내리면서 수요 회복 전망도

【젠킨타운(미 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지난해 6월 8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젠킨타운의 한 집 앞에 매물을 알리는 표지가 걸려 있다.  2018.8.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젠킨타운(미 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지난해 6월 8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젠킨타운의 한 집 앞에 매물을 알리는 표지가 걸려 있다. 2018.8.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택 매매가 급감하고 재고가 증가하면서 집주인들도 매물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 많이 오른 집값에 수요자 부담은 여전히 커 보인다. 금리 하락으로 봄 이사철 성수기 시장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사상 최장 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사태가 변수로 꼽힌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미국 기존 주택 판매가 한 달 전과 비교해 6.4%, 2017년 같은 달보다는 10.3% 줄어든 499만가구라고 발표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524만가구)를 크게 밑돈 것이다.



주택 매매 가격은 중앙값 기준 25만36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8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상승폭은 2012년 2월 이후 가장 작았다. 거래 부진으로 집주인들이 집값을 내리거나 좀 더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주택 재고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155만가구로 한 해 전보다 6.2% 정도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말 미국 주택 시장은 금리 인상과 증시 변동성 확대, 미 정부 폐쇄(셧다운)와 관련한 불확실성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면서 "올해도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미국에서 주택시장이 침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고용시장이 안정되면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고용률은 60.4%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3.9%로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임금상승률이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주택의 평균 가격은 5% 이상 올랐지만, 임금상승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젊은 층 학자금 대출 부담에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학생부채는 지난해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학생 한 명당 3만7172달러를 빚진 셈이다.

일각에서 미 주택시장이 올해 봄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택대출 금리가 내리면서 잠재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원은 "주택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면서 "봄 성수기를 앞둔 알맞은 시기에 주택대출금리가 내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5% 가까이 치솟았던 30년 만기 주택대출금리는 최근 4.4% 정도로 내렸다.


다만 셧다운 사태가 부담이다. 8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 워싱턴D.C의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에렌버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봄 성수기 이전에 주택을 사려고 알아보던 연방정부 직원이 월급을 받지 못해, 구매를 포기했다"면서 "최근 셧다운 관련 문의가 많은데, 사람들은 이번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셧다운에 익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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