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강성부펀드,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0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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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원년…‘주총 전쟁’ 시작됐다]<2>-②한진그룹…항공기종 축소 등 강성부펀드 제안, 사모펀드 한계 드러내…한진그룹, 공식반응 없이 침묵으로 대응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사진=뉴스1


국내 PEF(사모펀드)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21일 한진그룹을 겨냥해 경영개선안을 내놨다. 한진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올 것이 왔다'는 위기감에 한진은 조용히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진 (20,900원 ▲150 +0.72%)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날 "KCGI 요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작년 말 업무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현지에 체류하며 관련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KCGI는 이날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책임경영체제 확립 △사업 시너지가 낮고 투자목적이 모호한 호텔 등 유휴자산 정리를 통한 부채비율 관리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 마련 등이다.

KCGI 제안에 대해 항공물류업계 안팎에선 항공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란 비판적인 시각을 내놨다.



8가지 항공 기종을 4~5종으로 줄일 것 △항공우주사업부 상장 △각 계열사 유휴부지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항공·물류업계 관계자는 "KCGI 주장은 단기간 내 주가상승을 위한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행태"라면서 "대한항공 (21,300원 ▲100 +0.47%) 등 항공물류업 '경영전략' 보다는 '숫자'로 접근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 경쟁력은 물론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항공물류산업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칼 주요주주 현황./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한진칼 주요주주 현황./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오너 일가 경영권에 칼을 겨눈 것에 대해선 한진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KCGI는 한진 측에 △지배구조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등 경영 체제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KCGI는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한진칼 (59,700원 ▼100 -0.17%) 주주총회에서 KCGI(2대 주주)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와 힘을 합쳐 표 대결에 나선다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진에어 등을 자회사로 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한진그룹보다 KCGI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우호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오너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 제시하는 명분이 충분히 여타 주주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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