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홍봉진 기자
손 의원은 이어 “좋은 역사가 살아있는 곳들이 더 이상 사라기지 전에 발견한 곳이 목포였다”며 “털리지 않고 살아있는 게 놀라웠고 지방 문화재 정체성을 기반으로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로 보기에는 과다한 매입 의혹, 이 시점에 문화재청의 면 단위 등록문화재 신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활동 등 손 의원의 건물 매입 시점에 우연의 일치로 드러난 정황들은 순수한 의도 너머의 ‘무엇’으로 의심받기 충분했다.
간단한 예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는 중심 지역이 이미 전통 지역인 구도시와 아파트로 가득한 신도시로 나뉘었다. 최근엔 구도시까지 개발 바람이 불어 제주에서 가장 높은 고층 건물이 세워졌다. 전통 유산이 남아있는 제주도의 마지막 지역까지 개발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손 의원이 목포가 아닌 제주를 먼저 찾아 똑같은 주장과 논리를 펼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전국 전통 유산을 지닌 지역은 수도 없이 많다. 비단 목포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닌 셈이다. “목포에서 호남 예술인 만나는 정책 간담회를 계기로 가슴 떨리는 걸 참을 수 없었다”는 손 의원의 애정이 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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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의원이 ‘악성 프레임의 모함’이라며 고발하기로 한 SBS 등 여러 매체가 의혹을 제기한 부동산 투기나 차명 거래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SBS가 제기한 건물 9채 매입 투기 의혹은 현재 20곳으로 늘어났고, 명의신탁 가능성, 근대역사문화공간 문화재 등록 과정에서의 직간접 영향력 행사 등도 제기된 데다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문제 개입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한 의혹에 대해 “모두 체크 되지 않은 팩트들”이라며 “내가 문화재에 영향력을 미쳤다면 긍정적 영향력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포 근대역사관(구 일본 영사관) /사진=뉴스1
이 과정이 특별히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목포 한 지역에 중점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 행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듬해 문화재청이 이전에 없던 선, 면 단위 등록문화재를 처음 도입해 11개 지역 중 목포 등 3곳이 선정됨으로써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손 의원은 당시 광주 MBC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도시에 없는 것이 목표에 있다. 근대문화유산 관광도시로 가치가 큰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문화재 관계자들은 모든 과정이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국회 문광위 상임위원이 어느 특정 지역에 애정을 쏟을 경우 그것은 곧 ‘영향력’, ‘결정’,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 의원은 “(부동산 투기 등) 문제와 관련해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와 별개로, 그가 국회의원 자리에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쪽에 치우친 과도한 지역 애정을 보였다면, 또는 목소리를 높였다면(그래서 각종 의혹에 둘러싸였다면) 그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과하는 게 순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