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특별법 3년 "도루묵"...건강보험 재정까지 위협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9.01.2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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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특별법 시행에도 더 늘어난 보험사기...전담 조직없는 경찰, 정보요구원 없는 금감원, 정보조회 못하는 보험사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민영 보험사기 추정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민영 보험사기 추정액이 6조원대로 불어나면서 국민건강보험 보험사기 누수 금액도 1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민영보험 뿐 아니라 공영보험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보험사기 특별법 3년 "도루묵"...건강보험 재정까지 위협


◇보험사기 특별법 시행 3년 "바뀐게 없다"= 지난 2016년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도리어 보험사기 추정액이 6조원을 돌파하는 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했다. 특별법으로 보험사기죄가 신설되면서 처벌 수위가 종전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에서, 10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됐다. 더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장기입원 조사권을 부여해 보험사기 조사에 객관성과 전문성을 더했다.

문제는 심평원의 주업무가 '보험사기'가 아니다 보니 사기 조사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점이다. 관련 인력이나 예산도 충분치 않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경찰이 심평원에 보험사기 심사 요구가 가능하지만 심평원이 본업이 아니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인력도 적다"며 "심평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6개월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사기 소송에서 심평원의 조사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심평원 직원이 직접 증언해야 하지만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 당시 별도 독립기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예고됐던 문제"라며 "벌금을 높인 것만으론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평원 직원이 지난해 연간 13회 증언을 했고 심사위원도 지난해 세 차례 증언을 한 적이 있다"며 "보험사기 조사와 관련해서는 일정이 빠듯해도 가급적 증언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기가 늘수록 건강보험 재정 누수 문제도 심각해진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 2010년 조사 당시 공영보험 보험사기 누수 금액이 최대 4000억원이었는데 최근 민영보험 보험사기 증가속도로 볼 때 공영보험 누수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차보험 사기조사 작년부터 신용정보법에 막혀= 보험사기 적발이 쉽지 않은 근본 이유는 기관간 정보 공유가 막힌 것도 원인이다. 보험사나 금감원이 보험사기 의심 사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하면 경찰이 심평원에 정보조회나 조사를 의뢰한다. 경찰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셈이지만 광주지방경찰청만 유일하게 보험범죄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전담국이 있지만 심평원에 정보를 요구할 권한조차 없다.


특히 보험사기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보험사고 정보 조회가 원천 차단됐다. 원래 자동차보험 사고 정보는 보험개발원이 집적했는데 지난 2017년 말 한국신용정보원으로 넘어갔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업법에 근거해 보험사고 정보를 집적하고 있어 보험사들이 사고 정보 조회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용정보원은 신용정보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사고조회가 차단된 것이다. 사고 피해자가 정보제공에 동의해야만 조회가 가능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이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자동차사고 피해자 중 상습적인 보험사기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험사기 적발, 조사단계에서 보험사와 감독당국, 수사기관 간 정보공유도 더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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