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배움의 길

머니투데이 이신주 작가 2019.01.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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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 <6회>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학자들은 지능지수 상위 50%에 속하는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의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것이 단순히 다인격 검사체계와의 불협화음 때문만은 아니라고 추측합니다. 기억이란 결국 신경회로 위에 쌓이는 전기신호의 구조이며,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처럼 과다한 압력에 노출되었을 때는 당연히 빠르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뇌는 대부분의 장기기억을 감각정보와 융합하는 식으로 이를 변통하려 합니다. 대체로 특정한 자극-냄새, 소리 등속의-을 받으면 연결된 기억이 떠오르는 방식이지요.



그 밖에도 고무 밴드의 비유와 더불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머릿속을 이야기하는 많은 목소리가 있습니다. 밝고 공개된 장소보다는 어째서인지 익명성을 띤 곳에서 더욱 크게 울리는 목소리들이죠. 주로 충동성이나 감정조절, 자기방어적 태도와 관련한 그 내용을 글에서 하나하나 짚는 것은 책의 목적과도 맞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몇몇 단편적인 연구가 건져낸 사실의 조각을 모든 경우에 적용 가능한 진리로 보아서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현실이란 크고 복잡하며, 우리 앞에 그 진정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3) 하나의 인격과 학습

최근 Y그룹 전 임원의 양심고백이 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지요. Y그룹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인재관리에 힘써 정부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등 예전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기업의 모범적인 사례로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실상 Y그룹은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벌고, 정부 지원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돌변한 태도를 보여 그들을 잔혹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내몰고 고립시켰습니다.

적성과 무관한 부서이동, 불필요한 특별교육 이수 등의 조건을 붙여 업무평가를 낮추고 이에 부담감을 느낀 직원의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한 것이죠. 대상이 응하지 않을 경우 심지어 지점 간부가 직접 나서 따돌림을 종용하거나 원색적인 모욕을 퍼붓는 등 그야말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을 순전히 고용촉진지원금을 위한 '수단'으로 소모한 정황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고용 불이익을 막기 위한 법안은 17대 국가 의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입법 예고 기간의 벽을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무색해지는 것은 Y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많은 기업이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채용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알아보았듯 그들의 이런저런 특성은 분명 '이달의 직원'상을 받기에 다소 부정적인 강화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윗글에서 언급한 정신의 경화와도 관련하여,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직무뿐만이 아니라 역량개발, 문제해결, 의사결정 등 지적 활동 전반에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목표설정과 그를 위한 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노력이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굳건히 버티고 서는 기량을 기르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단 한 장의 밴드로 현실의 압력을 온전히 받아내야만 하는 이들의 학습이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힘에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다양한 각도로 목표와 수단을 조명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특성이 위에서 언급된 정신의 경화와 맞물린다면, 막대한 자원을 투자받고도 역량의 신장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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