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위워크 인수 못했다…사우디 국부펀드 싸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1.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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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규모 160억달러→20억달러 축소…사우디 국부펀드 등 추가 투자 반대 탓

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사무실 공유 기업 위워크 사무실 모습. /AFPBBNews=뉴스1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사무실 공유 기업 위워크 사무실 모습. /AFPBBNews=뉴스1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wework)'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과반 지분까지 추진 중이라던 소문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투자 규모가 훨씬 작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주요 출자사가 추가 투자를 꺼리면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20억달러(약 2조2436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위워크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125억달러로 증가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17년 45억달러를 시작으로 계속 위워크 투자를 늘려왔으며, 지난해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은 소프트뱅크 소유다.



지난해 말에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와 함께 160억달러 정도를 투자해 위워크를 아예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00억달러로 다른 주주 지분을 인수하고, 추가로 60억달러를 출자해 과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한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그러나 사우디 국부펀드 등 중동 투자자들이 위워크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 위워크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데다, 사업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가치를 4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중동 국부펀드가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위워크가 기술 기업이라기보다 부동산 임대 사업자와 비슷하고, 매년 막대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추가 투자를 꺼리는 원인이 됐다.



위워크는 지난해 1~9월 매출이 2017년보다 35%가량 늘어난 12억달러에 달했지만,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12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 필라델피아 주 부동산 투자회사인 센터스퀘어의 알렉스 스나이더 수석 연구원은 "위워크 기업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위워크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워크 입장에서도 사우디 자본이 포함된 비전펀드 자금은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이후 많은 IT 기업들이 사우디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NYT는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투자 축소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됐다"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위워크 기존 주주들도 소프트뱅크네 너무 많은 주식을 파는 것을 꺼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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