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본격 협상 시작…왕치산 역할 주목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1.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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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일 차관급 협상… 트럼프 "중국, 합의해야만 할 것" 낙관
왕치산, 22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서 트럼프 대통령 만날 듯

【부에노스아이레스=신화/뉴시스】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날 회동을 통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2018.12.0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부에노스아이레스=신화/뉴시스】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갈등은 이날 회동을 통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2018.12.0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국의 차관급 대면 협상이 이번 주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3월1일까지 휴전 시한 내에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양국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이달 말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진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베이징 외교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7,8일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갖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이번 협상이 비관세장벽, 지식재산권, 농산물 교역, 공산품 교역을 다루는 그룹으로 나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에는 그레그 다우드 USTR 농업부문 협상대표, 데이비드 맬패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길 캐플런 상무부 국제통상 담당 차관,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 담당 차관, 메리 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글로벌·아시아 경제 부문 국장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 부과를 90일간 미루고 그 기간에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이후 이뤄지는 첫 번째 대면 협상이다.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연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통화 이후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도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셧다운' 종료를 위한 의회 지도부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말로 그들(중국)이 (무역합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뭐랄까, 해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무역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낙관론의 근거로 중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들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차이신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국유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는 공식 제조업 PMI의 12월 수치가 나란히 위축국면을 의미하는 5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3/4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6.5%로 떨어진 데 이어 4/4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경제 정책 기조를 논의한 지난달 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외부 환경의 심대한 변화'를 강조하는 등 이례적인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도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오전 웹사이트를 통해 차관급 협상 일정을 공개하면서 "양국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룬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실천하기 위해 중국 측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앞서 중국은 외국인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적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했다. 특허 침해 배상을 강화한 특허법 개정안 초안도 심의했다. 중국 국유회사들은 미국산 대두 구매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산 차량과 부품에 대한 추가관세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중국 정부를 대표해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왕치산 부주석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왕 부주석이 포럼 참석 중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분쟁과 관련한 회담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 간의 최종 합의 이전에 이견을 최대한 해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다진 반부패 사정 운동을 이끈 인물로, 시 주석 집권 이후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양국이 휴전 기간 내 협상 타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회의론도 여전하다. 협상 안건들이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등 중국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하는 민감한 이슈들인 탓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양측이 합의 내용을 엄수하는지 검수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무역협상 외에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충돌, 중국 기술 기업 화웨이 등이 관련된 경제 스파이 이슈 등도 수면 위로 떠올라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단순한 경제 충돌이 아닌 세계 최강국 자리를 놓고 벌이는 패권경쟁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미국 CNN은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시 주석은 2019년 화해, 애국심, 친시장 개혁과 정부의 통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올해 이벤트들을 어떻게 처리하냐에 따라 중국 경제의 미래와 공산당 지도부에서의 그의 입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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