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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요? 그냥 '서른'이에요"
아홉수를 '미신'이라 여기기도 한다. 근거 없는 관습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한 역술가는 "나이 뒷자리에 9가 붙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숫자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홉수를 졸업해도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사원의 나이가 많아지고, 초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지만 서른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는 달라지지 않아서다. 막막한 '취업'부터 남 이야기 같은 '결혼'까지, 서른살의 고민이 상당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8 삼성협력사 채용한마당'에서 채용공고판을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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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자 미래에 대한 압박감도 커졌다. 직장인 최민국씨(30)는 "2년 전 입사해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지만 이렇게 벌어서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직장인 정보라씨(30)는 "어쩌다 보니 벌써 서른"이라면서 "경제·사회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전보다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후회와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다. 직장인 이주현씨(30·가명)는 "왜 더 부지런히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적당히 하자는 생각에 정말 적당히만 했더니 발전이 없었다. 적당히 보낸 내 20대가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손꼽아 기다린 '서른'…"새로운 출발이자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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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정은씨(30·가명)는 "서른이 됐지만 아무 느낌이 없다"며 "남들이 '서른부터는 하루하루 얼굴이 달라진다'고 해서 관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른을 기다린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 김나영씨(30)는 "서른만 기다렸다"며 "스무살 때 '10년 후엔 하고 싶은 거 선택해서 잘살고 있길'하는 바랐다. 목표한 걸 이룬 30살이 참 좋다"고 전했다. 직장인 백경현씨(30)는 "주변에서 모두 '곧 서른이네'라고 해서 스트레스 받았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서른이 됐으면 했다"며 "서른을 맞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살 생각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아홉수를 이겨낸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직장인 임정연씨(30·가명)는 20대를 끝낸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임씨는 "2018년 1월 1일부터 크게 아팠다. 직장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새벽에 심장이 아파 잠에서 깬 후 4년 넘게 다니던 첫 회사를 때려치웠다"며 "퇴직금으로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며 활력을 찾았다. 그러다 지난 가을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연봉도 2000만원 넘게 올랐다. 이제부터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