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함 · 日초계기, 누구 말이 맞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8.12.30 15:33
글자크기

[the300]軍 "일본이 레이더 주파수 특성만 공개하면 될 일"···일본 갈등 증폭 숨은 의도는...

【서울=뉴시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018.12.28. (사진=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일본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초계기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일 우리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상에서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018.12.28. (사진=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쳐) [email protected]


한일 군사 당국간 이른바 '레이더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일 독도 동북쪽 200㎞ 떨어진 공해 상에서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북한 어선에 대한 수색·구조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공격용 레이더를 방사했다고 주장한다. 우리 군 당국은 공격용 레이더 방사는 없었고 인도적인 구조작전이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 갈등의 배경을 짚어봤다.



◇광개토대왕함·日초계기, 누구 말이 맞나=30일 해군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광개토대왕함에는 여러 개의 레이더가 있다. 우선 함정 중간 부분, 가장 높은 곳에 'MW-08'레이더가 있다. 이 레이더는 '대공·대수상 레이더'라고 불리는데 적 전투기나 함정으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탐지할 때 사용된다.

'MW-08 레이더 아래 쪽에는 SPS-95K라는 항법 레이더가 있다. 이 레이더는 항해할 때 사용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른바 공격용 레이더(사격통제 레이더)는 'STIR-180'으로 불린다. 함정 중간과 함미 2곳에 있는데 이 레이더가 적기나 미사일을 추적, 좌표를 찍어주면 함정에 있는 미사일이나 함포가 발사된다.



결국 일본 초계기가 어떤 레이더를 탐지했느냐가 핵심인데 여기에서 한일 군 당국의 말이 다르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 28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초계기 조종사는 "화기관제레이더 탐지" "함포가 겨냥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화기관제레이더는 'STIR-180'을 뜻한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STIR-180' 가동 사실을 부인한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지난 24일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문제삼는 'STIR-180' 레이더는 켜지 않았다" 고 말했다. 다만 'STIR-180' 레이더를 끈 채 이 레이더에 달려 있는 광학카메라로 (초계기를) 관찰은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얘기대로라면 광개토대왕함이 'STIR-180'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일본 측이 당시 레이더 주파수 특성 기록만 공개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지난 27일 한일 군사 당국 간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 실무회의 때 우리 측은 일본에 주파수 기록 공개를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보안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레이더 갈등 확대 숨은 노림수 있나= 일본이 레이더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킨다는 견해가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까지 나서 '초계기 레이더 사건'을 갖고 한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인데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극우언론이나 보수세력이 반한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 아냐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대표적인 보수우익 정치인으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레이더갈등에서 일본 일부 언론은 '해상 자위대' 대신 해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1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기업은 강제징용한 한국인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일본 외무성은 “그것은 한일 청구권 합의로 일괄 처리된 사안”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통상 선박 구조활동을 하면 군함에 탑재된 탐지레이더가 조난 선박으로 확인하고 사격통제레이더나 광학카메라를 사용해 구조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우리 군 당국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이 더 문제라는 인식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가 굉장한 위협비행을 한 것"이라며 "비행기에서 보면 (초계기가) 광개토함 함미로 가는데 배에서는 나를 향해 온다고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일본 초계기는 광개도대왕함의 옆으로 500m 이내 150m 높이까지 저공비행했다.

한편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1일 일본측의 문의와 우리측 설명이 이뤄진 지 4시간만에 일본 방위대신이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4일 양국 국방관계자가 참석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회의에서는 '상호 오해를 해소하자"고 공감했으면서도 25일 일본 방위성 홈페이지에 일본 측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의 동영상 공개 하루 전인 27일에도 한일 군사당국은 "기술적 분석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향후에 관련 협의를 계속하자"고 합의했다.

정부 당국간에는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면서도 자국 국민을 상대로 강경 입장을 내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국방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추후 객관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 측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