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가족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안 속으려면…"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12.2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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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정석 서울경찰청 보이스피싱 전담팀 반장

주정석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계 보이스피싱 전담팀 반장 /사진=이영민 기자주정석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계 보이스피싱 전담팀 반장 /사진=이영민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은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무서운 범죄입니다. 피해 한 번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직도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이 있나 싶지만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보이스피싱 전담팀의 주정석 반장(46·사진)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라고 단언한다.



주 반장은 "교사, 공무원, 심지어 판사 가족도 피해를 입는 게 보이스피싱"이라며 "수법이 점점 지능적이고 다양해져 피해자들이 계속 생긴다"고 말했다. 경찰이 올해 초 전담팀을 신설하고 척결에 나섰지만 범죄 수법의 진화로 피해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는 설명이다.

1998년 경찰관이 된 주 반장은 올해 초 신설된 보이스피싱 전담팀 반장이 되면서 '보이스피싱과 전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9월 피해액 68억원 규모 보이스피싱 3개 조직원 총 85명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3일 경찰청 특별승진 대상에도 올랐다.



주 반장이 적발한 사건은 경찰청의 '2018 경찰수사를 빛낸 주요사건'에 선정됐다. 조직 중간책뿐 아니라 본거지도 검거했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콜센터·통장모집책·인출책·송출책 등 점조직 형태로 구성돼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원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자 대부분이 조선족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콜센터 조직원은 한국인으로 바뀐 지 오래다. 다단계 업체처럼 조직원들이 돈벌이를 미끼로 지인을 콜센터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수법으로 한국인 조직원을 모은다.

주 반장은 "한창 돈이 필요하고 직장이 필요한 20대 초반이 콜센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 보이스피싱 조직인 걸 알아도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겨서 탈출하지도 못하고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 버린다"고 말했다.


감금된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들은 합숙생활을 하며 1대 1 교육을 받는다. 전화 대본을 외우거나 펜을 입에 물고 발음을 교정한다. 제대로 못하면 잠도 재우지 않는다. 혹독한 교육 기간을 거친 뒤에는 하루 종일 실내에 갇혀 전화 사기를 시도한다. 감금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리자 감시 속에 가족들에게 전화로 거짓 안부도 전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중도에 조직에서 빠져나와도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고하면 조선족 시켜서 죽이겠다', '가족들도 찾아내 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 때문이다.

콜센터 조직원들은 강제로 범죄에 가담한 사정이 인정돼도 징역 2~3년을 면치 못한다. 주 반장은 "잠깐 가담했다가 사회에 나와서 평범한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린 사람들도 많이 잡았다"며 "갓난아기를 키우던 아이 엄마를 검거할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이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라고 말했다.

주 반장은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퇴직금을 모두 뺏긴 학교 교장, 평생 모은 돈을 날린 노인, 결혼 자금을 모두 잃은 신혼부부 등 전 재산을 날리고도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 반장은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으면 우선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보를 요구하거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할 경우 절대 응하지 말고 일단 전화를 끊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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