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홍수, 국공립기관장 대거 교체…다사다난했던 2018년 미술계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12.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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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신규 전시 공간 오픈도 줄이어…유명화랑들 분점, 기업형 미술관, 재생공간 등 다양

지난 9월7일부터 11월11일까지 개최된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6관에 전시됐던 북한 미술작품들. /사진=뉴스1지난 9월7일부터 11월11일까지 개최된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6관에 전시됐던 북한 미술작품들. /사진=뉴스1


올 한해 미술계는 다사다난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비엔날레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비엔날레 홍수'를 방불케 했다. 국·공립미술기관의 수장이 대거 교체 바람도 불었다. 미술계에 '젊음', '새로움'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다양한 색깔의 새로운 전시공간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올해 비엔날레 약 90%가 9월에 집중, 동시다발적 개최…차별성 결여 문제점 지적=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의미하는 '비엔날레'. 우리나라에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처음 생긴 이래로 각 지자체가 크고 작은 비엔날레를 창설해 현재 총 15개 비엔날레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 올해에만 광주와 부산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 명칭 생략)를 비롯해 강원국제·금강자연미술·대구사진·대전바이오·서울미디어시티·전남국제수묵·창원조각 등 9개 비엔날레가 전국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김달진미술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8년 미술계 결산' 조사에 참여한 미술평론가와 기획자, 교수 등 전문들은 "주요 국제비엔날레 9개 중 8개가 9월에 몰려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며 "'정치적 연대와 문화 헤게모니의 실험실' 기능하는 비엔날레는 매 시즌 이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자체별로 주관하는 비엔날레를 통합하거나 기성 유명작가에서 신진작가를 주목하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대안적 형태의 자생적 문화예술 운동으로부터 새로운 담론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9월8일~11월11일 개최된 2018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전경.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뉴스1지난 9월8일~11월11일 개최된 2018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전경.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뉴스1
◇국·공립미술기관장 대거 교체…미술 비전문가 관장 시절 폐단 철폐 과제=올해는 국·공립미술기관의 수장이 대거 교체되는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공모 중이며 서울시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은 지난 7월부터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 대구미술관도 7월부터 관장 자리가 공석이다. 두 번의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올해 새롭게 임용된 미술기관장들도 많았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김찬동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장,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과 안규식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장이 올해부터 각 기관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론가, 전시기획자가 국공립기관장을 맡는 전문가 시대가 정착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비전문 관장 시절에 정착된 폐단들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퇴임한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지적한 것처럼 "인사권과 예산권 없는 현재의 직제에서 벗어나 국립중앙박물관처럼 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임명제로 바꾸고,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 상급기관의 전횡은 멈춰야만 한다"고도 지적했다.


개관 22주년을 맞아 안국동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은평구 진관동에 재개관한 사비나미술관 전경./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개관 22주년을 맞아 안국동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은평구 진관동에 재개관한 사비나미술관 전경./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오는 27일 청주에 문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조감도./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오는 27일 청주에 문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조감도./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대기업 사옥·호텔 안으로 들어간 미술관…젊어지고 다양해진 전시 공간=2018년에는 유명 화랑들이 젊은 분위기의 공간을 추가로 열거나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기업 사옥과 호텔·리조트 안에 오픈한 미술관, 버려진 공간을 재생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도 주목받았다.

김달진미술연구소가 2018년 한 해 동안 개관한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 등 전시공간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올해 오픈한 전시 공간은 147곳이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2곳(35.4%), 서울 외 지역이 95곳(64.6%)로 나타났다. 공간 성격별로 보면 화랑이 69곳로 가장 많았고, 미술관(30곳), 복합문화공간(28공)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황에도 국내 유명 화랑과 미술관이 새 시장을 찾아 신규 공간을 열었다. 아라리오갤러리와 가나아트는 지난 4월 젊은 층이 밀집한 서교동 라이즈호텔과 한남동 사운즈한남에 각각 분점을 냈다. 국제갤러리도 1982년 개관 이래 최초로 부산 수영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F1963에 분점을 열었다. 학고재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청담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사비나미술관은 개관 22주년을 맞아 안국동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재개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7일 청주에 네 번째 미술관을 연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지난 5월 이곳 지하 1층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개관했다./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지난 5월 이곳 지하 1층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개관했다./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기업형 미술관의 잇따른 출현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직접 전시공간을 운영함으로써 공공부문 후원의 한계를 넘어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롯데문화재단은 지난 1월 롯데월드타워 7층에 롯데뮤지엄을 개관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아 설계한 아모레서피식 신사옥 지하 1층에 지난 5월 개관했다. GS건설은 신진 작가 및 대학생들에게 전시 공간 지원을 위해 지난 8월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본사 1층 로비에 공간변형이 가능한 갤러리시선을 열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내에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가 지난 9월 오픈,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달 초엔 대전 서구 대전일보사 사옥 1층에는 복합문화공간 '랩마스'(Lab MARs)가 문 열었다.

이밖에 버려진 공간에 예술의 힘을 불어 넣어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곳도 많았다. 빛의 벙커(제주), 부천아트벙커39(부천), 팔복예술공장(전주), 봉평콧등작은미술관(평창) 등 전국의 버려진 쓰레기 매립지, 공장 등이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새롭게 오픈하는 전시공간을 조사하고 있는 김달진미술연구소 측은 "지난 2015년 103개, 2016년 130개, 2017년 139개에 이어 올해 147개로 신규 전시 공간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시공간의 서울 집중 현상도 조금씩 해소되는 모양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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