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를 열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위성호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깜짝인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진 후보자가 가진 신한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 온화하고 중립적인 성향을 감안할 때 검찰 수사 등으로 어수선해진 조직의 분위기를 다독이며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되찾도록 이끌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1982년 후발은행으로 설립된 신한은행은 초창기에 진 후보자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외인 부대’가 많았다. 이후에도 신한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충북은행, 강원은행 등 지방은행을 합병하고 2003년엔 조흥은행을 흡수해 덩치를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출신을 따지지 않고 ‘신한정신’을 심고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생존의 방법을 찾았다. 신한 연수 프로그램이 금융권에서 유명해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진 후보자는 덕수상고 졸업 직후 은행에 취업했지만 주경야독하며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는 인사(HR) 관련 석사학위를 딸 정도로 신한의 인사, 연수 업무에 관한 열정이 컸다.
진 후보자는 전략적 판단력과 과감한 실행력으로 일본 현지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SBJ은행의 수익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현지법인 전환을 계기로 단순히 해외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하는 데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갖추기로 하고 ‘신한정신’을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
SBJ은행은 현지법인으로 문을 열자마자 초저금리의 일본에서는 파격적인 연 1% 수준의 정기예금 금리를 제시해 고객들을 끌어모았고 매년 10% 가까운 대출 성장률로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긴 뒤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 후보자가 일본 근무 시절 보여준 탁월한 경영 성과와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그룹의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진 후보자는 해외 법인장에서 지난해 1월 신한은행 부행장(경영지원그룹장)으로 두 단계를 건너뛰어 파격 승진한 뒤 같은해 3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선임되면서 지주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일본 근무 당시 재일교포 주주의 신임을 받으며 신한금융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을 도맡기도 했다. 신한금융에선 기존에는 해외법인장들이 그룹 경영진(상무·부행장보·부행장)으로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해외법인장들을 경영진으로 임명하기로 한 것도 진 후보자의 전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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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후보자는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온화한 리더십으로 그룹 내부의 신망도 두텁다. 진 후보자는 경영권 분쟁인 신한 사태 이후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신한 사태 때 중립 입장을 지킨 조 회장과 함께 신한 사태의 남은 앙금을 풀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진 후보자는 “인수인계를 잘 받고 열심히 배워서 신한은행을 잘 이끌어나가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프로필 △1961년 출생 △1981년 덕수상고 졸업△1993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중앙대학교 경영학 석사 △1980년 기업은행 입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인력개발실 대리 △1996년 명동지점 대리 △1997년 오사카지점 차장 △2002년 여신심사부 부부장 겸 심사역 △2004년 자금부 팀장 △2008년 오사카지점장 △2009년 SBJ은행 오사카지점장 △2011년 SH캐피탈 사장 △2014년 SBJ은행 부사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경영지원그룹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