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주주행동주의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기업에 책임투자를 요구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이후 3년 이상 장기투자한 종목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래 투자한 기업일수록 경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는 기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주주 권한을 행사한 기업은 게임회사 '컴투스'다. 컴투스는 KB자산운용이 2015년부터 투자한 기업이다. 컴투스는 출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매년 1500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순현금만 6000억원을 보유한 탄탄한 기업이었다.
KB자산운용은 컴투스 경영진에 배당을 강력히 요구했다. 조 대표는 "게임회사만큼 부채가 없고 캐시플로우(현금흐름)가 좋은 곳이 없다"며 "그런데도 컴투스는 돈을 쌓아만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유 종목 주가가 상승하자 펀드 수익률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11월 말 기준)은 -0.88%다. 국내 주식형펀드(-16.6%) 와 비교하면 수익률 하락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79.49%다. KB자산운용은 이처럼 높은 수익 비결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꼽았다.
하지만 주주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골프존'의 경우 소송까지 이어진 끝에 경영 개선을 끌어냈다. 광주신세계, 넥스트아이 등에는 배당성향을 높이고 무분별한 투자를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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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KB자산운용은 회사 홈페이지에 투자 회사에 대한 책임 이행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 기업에 질문하고 받은 답변을 공개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행동주의를 적극 실천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미국 상장기업 주주 구성을 보면 대부분 자산운용사 및 연기금으로 기업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다"며 "기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주주제안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