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모멘텀 풍년… 한미약품, 4년 만에 다시 '매출 1조' 전망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8.12.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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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국내 제약사 중 내년 R&D 모멘텀 가장 커… "마일스톤 따라 수익구조 극적 변화 가능성"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R&D 모멘텀 풍년… 한미약품, 4년 만에 다시 '매출 1조' 전망


한미약품이 내년 풍부한 R&D(연구개발) 모멘텀을 바탕으로 다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2015년 3월부터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기술수출 역사를 쓴지 4년 만이다.

올 상반기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서 개발 중이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 임상중단, 내성표적 폐암신약으로 제약업계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국내 개발 중단 등 악재를 겪었다. 그러나 내년 결실을 맺게 될 다수의 R&D 모멘텀을 감안하면 기업가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매출액 18% 이상 R&D 투자… "연구개발 명가"=한미약품은 국내 최고의 기술수출 제약사이자 국내 최대의 R&D 투자 기업으로 최근 3년간 매년 1600억원 이상, 매출액의 18% 이상을 R&D에 투자해왔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 명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투자한 R&D 비용만 1363억원으로 매출액의 18.9%를 차지한다.

해외 제약사 신약을 도입하는 국내 다수 제약사의 전략과 달리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제품을 수출하며 차별성을 입증하고 있다. 즉 다국적 제약사 제품에 일정 마진을 붙여 파는 상품 매출보다는 자사 제품을 통한 매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 3분기 별도 매출액 5532억원 가운데 제품 매출은 76.4%, 상품 매출 16.5%, 기술수출 5.4%, 임가공매출 1.7%를 차지했다.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신약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공시 사태'에 따라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지만, 지속적인 R&D 투자와 해외 임상 결과 등을 앞세워 투자자 신뢰도도 회복했다.

지난 9월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 신약은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연구개발비 자산화가 가능해져 막대한 연구개발비로 실적 부담에 시달려온 한미약품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R&D 모멘텀 풍년… 한미약품, 4년 만에 다시 '매출 1조' 전망
◇"2019년 R&D 모멘텀 가장 풍부해"=한미약품은 제약사 중 내년 R&D 모멘텀이 가장 풍부한 업체로 꼽힌다. 스펙트럼사로 라이선스 아웃(L/O, 기술이전)된 '포지오티닙'(폐암·유방암 치료제)은 2019년 1분기 미국 혁신치료제 지정이 예상되는데, 그 후에는 조건부허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스펙트럼사로 기술이전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호중구감소증 치료제)는 올 4분기 중 미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신청(BLA)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2019년 4분기 미국 시판허가가 예상된다.

이밖에 얀센으로 기술수출한 'LAPS-GLP/GCG'(당뇨·비만 치료제)가 2019년 1분기 중 임상 2상 완료 예정, 2019년 4분기 중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상 3상 진입시 얀센으로부터 추가적인 마일스톤(개발 단계별 수입) 수령도 가능하다.

'LAPS-Triple agonist'(비만·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는 2019년 6월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완료되면 향후 기술수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2020년 한미약품은 미국 품목허가 1개, 임상 3상 3개, 임상 2상 3개, 임상 1상 4개 파이프라인 확보가 예상된다"며 "상업화 이후 판매 로열티와 후기 임상 단계 진척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개발 마일스톤, 신규 기술수출을 통한 계약금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수익구조가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이 보류된 'HM71224'의 최종 기술반환 결정과 예상치 못한 다른 신약의 개발 파트너사 임상 중단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다시 매출 1조 달성 전망… 성장 계속=한미약품은 3분기에 기술수출료 수입이 줄면서 실망스러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술수출료가 57억원 줄어드는 바람에 전년동기대비 22.8% 감소한 215억원에 그쳤다. 연구개발비가 9.8% 감소해 영업이익에 도움을 줬는데도 기술수출료 감소 영향이 컸다.

내년에는 다수의 R&D 모멘텀이 대기 중이어서 무난한 실적 성장세가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내년 매출액은 1조426억원으로 올해보다 6.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도 890억원으로 11.2%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LAPS-GLP/GCG' 임상 2상 완료에 따라 마일스톤이 유입된다면 실적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신약개발의 특성상 임상 2상에서 3상 진입할 때 가치가 가장 많이 뛸 수 있다. 때문에 얀센의 임상 2상 이후 행보가 한미약품 주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기존 제품 성장과 더불어 복합제·개량신약과 같은 2개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면서 "이르면 내년 말 'LAPS-GLP/GCG' 3상 진입 및 유방암 치료제인 오락솔의 3상 종료에 따른 마일스톤이 유입되면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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