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독수리 오형제'와 청약제도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8.12.1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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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뱅뱅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면 상가 등으로 번화한 강남역 일대와 조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대형 아파트촌이다. 옛 행정구역으로는 서울 서초구 서초2동. 과거 강남에서도 알아주는 부자들만 산다는 원조 부촌 아파트들이 있는 곳이다. 서초우성1·2·3차와 서초무지개, 서초신동아 등 이곳에 있는 5개 단지를 부동산업계는 ‘독수리 5형제’라 부른다.
 
이중 우성3차가 제일 먼저 재건축해 ‘래미안 에스티지’로 새로 들어섰고 우성2차도 ‘래미안 에스티지S’로 올 초 입주했다. 서초무지개는 GS건설의 ‘서초그랑자이’로 내년 상반기 일반분양 예정이고 서초신동아는 대림산업의 ‘아크로클라우드파크’로 재건축된다.
 
재건축이 끝나면 새 아파트 5000가구가 들어서 이전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통과 학군은 원래 최고였고 롯데칠성부지 개발과 장기적으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호재도 있다. 학원가로 뜬 대치동이나 한강변 조망으로 최근 각광받는 잠원, 반포보다 더 부촌이었던 ‘독수리 5형제’가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독수리 5형제’ 중 최고 입지라는 평가가 많았던 우성1차 재건축 ‘래미안리더스원’(이하 리더스원) 분양에서 미계약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일 인터넷 접수를 통해 미계약 26가구에 대한 신청을 받았다.
 
시장의 충격은 컸다. 강남, 그중에서도 서초동에서 미계약이 발생하다니 이제 부동산시장이 확실히 약세장으로 돌아선 신호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시장 상황에 대해 여러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는지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리더스원 미계약이 나온 과정을 보면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등이 투자심리를 약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또하나 미로같이 어려운 청약제도의 문제점이 극명히 드러났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리더스원 당첨자 232명 중 16.4%인 38명이 부적격자로 판명됐다. 이들은 대부분 가점항목을 잘못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양가족이나 무주택기간 등을 잘못 계산했다는 말이다.
 
청약 신청을 해본 사람이라면 현재 청약시스템이 실수하기 쉬운 구조라는 말에 공감한다. 단순히 부양가족수를 잘못 적는 것은 물론이고 생년월에 따라 무주택기간 점수가 달라지기에 헷갈릴 수밖에 없다. 10억원 넘는 아파트를 사겠다면서 꼼꼼히 챙기지 않은 것도 잘못이지만 10명 중 2명이 틀릴 정도라면 청약시스템 자체를 탓할 만한 것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스원 미계약분은 인터넷 신청을 받자 2만여명이 몰려 매진됐다. 부적격 당첨자 때문에 당첨 기회를 날린 차순위 청약자들로선 억울한 순간이다. 11일부터 유주택 부모는 부양가족이 될 수 없게 하는 등으로 청약제도가 또 개편된다. 새 제도가 또 얼마나 많은 청약당첨 부적격자를 양산할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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